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기업들이 '생산시설 해외 이전' 가능성을 잇따라 언급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의 이전 자제를 당부하면서 진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발단은 지난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낸 '통상임금 사안에 대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입장'이라는 성명문이었다. 협회는 "기아차가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약 3조원의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을 질 경우 예상치 못한 경영 위기를 맞게 될 것이 분명하다"며 "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낮은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현대·기아·한국GM·르노삼성·쌍용 등 완성차 5개사의 모임으로, 국내 공장 철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완성차 업체의 인건비 비중도 매출액 대비 12%를 넘어 제조업의 정상 경영지표 한계선인 10%를 넘어선 상황이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사장은 "지금 수준에서 인건비 부담이 더 늘어나면 국내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고 했다.
협회가 강성 성명을 내놓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즉시 '입장 수정'을 요청했고, 협회는 이후 "생산기지 해외 이전은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는 해명 자료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는 아직도 사실상 산자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업계에서도 이미 해외 공장 이전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섬유업체인 경방은 광주 면사공장 일부를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결정했고, 전방도 경영난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내 섬유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백운규 산자부 장관이 11일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국내 공장 폐쇄, 국내 공장의 해외 이전 등 국내 생산 기반을 축소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편에선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확대 등으로 기업 부담을 늘리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해외 이전을 하지 말라'고 강요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