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프리트 베버 소장 “진로상담 오는 독일 청년들에 성장 기회 많은 중소·중견기업 권해”

입력 2017.07.21 09:41 | 수정 2017.07.22 19:44

“독일의 한 언론인이 말한 유명한 문장이 있다.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등장하면 (미모로 싸울 것을) 포기하고 짐을 싸서 떠나는 게 낫다’는 말이다. 경쟁 상대가 없을 정도로 높아진 한국 화장품 산업의 위상을 나타내는 일화다. 화장품·IT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도 한국 중소·중견기업이 성장할 여지가 상당히 많다고 본다.”

빈프리트 베버(Winfried Weber) 독일 만하임응용과학대 응용경영연구소 소장은 “중견기업에 대한 한국인의 높은 관심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빈프리트 베버(Winfried Weber) 독일 만하임응용과학대 응용경영연구소 소장은 20일 조선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견기업의 미래를 논의하는 현장에 와보니 도약하려는 한국 중소·중견기업의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베버 소장은 20일 조선비즈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2017 중견기업 혁신 국제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컨퍼런스는 400여명의 청중이 참석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컨퍼런스가 끝난 후 인터뷰를 위해 다시 만난 베버 소장은 “아직도 중견기업에 대해 할 말이 많이 남았다”고 웃었다.

그는 ‘오늘 컨퍼런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논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중견기업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이 인상적이었다”며 “한국 중견기업의 미래는 ‘장밋빛’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일 중소·중견기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그에게 오늘 미처 다 묻지 못한 질문을 풀어봤다.

-독일 청년들이 중소·중견기업으로의 취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독일 중소·중견기업의 직업교육 제도인 ‘견습 시스템(apprenticeship)’ 덕분이다. 이 직업교육은 13세기 이후 산업혁명기까지의 가내수공업 사회에서 실시됐다. 주로 상업·공업·기술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장인의 집에서 이뤄졌다. 이는 현재까지 이어져 대부분의 독일 기업이 견습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도 입사 이후 견습 시스템을 통해 실무지식을 배운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입사하는 사람보다 견습 기간을 거치고 입사하는 사람의 수입이 더 많은 것도 특징이다.”

-진로상담을 하러 오는 학생들에게 중소·중견기업 취업을 권하나.
“학생이 ‘책임감이 큰지’ ‘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먼저 살핀다. 이런 학생들에게 중소·중견기업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프로세스 중심의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은 보통 5년 후에나 본인의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기업의 특성상 개인에게 성과를 낼 기회가 빨리 찾아온다. 경직된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보다 몸집이 작고 의사결정 속도가 빠른 중소·중견기업이 변화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친화적인 학생은 중소·중견기업을 가고, 과정을 중요시하고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은 대기업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견습 시스템’ 외에 독일 중소·중견기업의 장점은 무엇인가.
“독일 히든 챔피언(글로벌 강소기업)은 고객 중심이 아닌 직원 중심 문화를 갖고 있다. 예컨대 고객의 불만사항이 들어와도 직원이 일하고 있으면 관리자는 ‘직원을 방해할 수 없다’고 답한다. 관리자가 직원을 어떻게 존중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들 기업은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대신 직원에게 초점을 맞춘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이들 기업에서 관리자의 역할은 직원을 돕고 성장시키는 것이다. 최고의 미텔슈탄트(Mittelstand, 독일의 중소·중견기업)는 이직률이 2% 미만이다. 일반적인 독일 회사의 평균 이직률은 7%, 미국 회사의 평균 이직률은 30%다. 장기적인 고용 관계는 높은 성과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우수한 미텔슈탄트의 예로 어떤 기업을 들 수 있는가.

“자동차부품업체 ‘보쉬’는 지금은 대기업이 됐지만 여전히 ‘미텔슈탄트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창업자인 로버트 보쉬는 100여년 전부터 좋은 근로 환경을 만들어왔다. 1906년에 이미 8시간 근로체제를 도입했고, 평생교육과 의료·복지에도 앞장섰다. 성공한 미텔슈탄트들은 하나같이 단기적 이익에 몰두하지 않고 원대한 비전과 목표를 설정해 구성원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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