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 창사 이래 최대 어획량 거둔 최석진 선장]
1년여 동안 2만493t 잡아… 참치캔 7550만개 만드는 양
국내외 업계 역대 최고 기록
"열심히 하면 신참도 연봉 1억… 그런데도 10명 중 7명이 떠나더라"
12억7000만원. 국내 1위 원양 수산 업체인 동원산업 최석진(44) 선장의 올해 연봉이다. 수산업계 역대 최고액으로, 회사 최고 경영자(CEO)인 이명우 사장의 3배에 육박한다. 외국 수산 업체에서도 100만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는 선장은 드물다. 원양선원 연봉의 상당 부분은 어획량에 따른 인센티브. 최 선장은 동원산업 48년 역사상 최대 어획량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부산 중앙동 동원산업 부산지사에서 만난 최 선장은 "넘실거리는 대양(大洋)은 나같이 별 볼일 없던 섬 청년에게도 성공의 기회를 열어준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남태평양 누비며 1년간 참치 2만t 어획
최 선장은 지난해 1월 12일부터 지난 1월 28일까지 382일간 남태평양에서 총 2만493t의 참치를 잡았다. 국내외 수산 업체를 통틀어 역대 최고 어획량이다. 척당 연평균 1만2000t 정도인 외국계 어선의 갑절 수준. 그는 초대형 그물로 참치 떼를 둘러싸는 선망 어선인 테라카호(2200t)를 이끌고 파푸아뉴기니와 키리바시, 솔로몬 제도 인근 해역에서 가다랑어 1만7000여t, 황다랑어 3000여t을 잡아올렸다. 참치캔(150g짜리)으로 따지면 온 국민에게 한 개씩 돌리고도 남는 7550만개를 만들 수 있는 양으로 수출하지 않고 전량 국내에 들여왔다면 국내 연간 참치캔 유통량의 20%에 이른다. 최근배 동원산업 부산지사장은 "조업할 때마다 만선(滿船)을 이뤄야 2만t이 넘을 수 있다"며 "능력과 운(運)이 함께 따라야 하는 대기록"이라고 말했다.
최 선장은 "참치 떼를 포착하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추격해 습성을 파악한 뒤 진로를 예측해 '길목'에 그물을 내린다"고 말했다. 인공 어초(魚礁)로 모여든 고기를 주로 잡는 외국계 선단과는 다른 전략이다.
"참치 떼 700~800m 뒤에서 소나(SONAR·음파탐지기)와 헬기로 움직임을 주시합니다. 먹이인 멸치 떼를 뒤쫓는 어군(魚群)은 수면 가까이에서 빠르고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배부른 놈들은 깊은 곳에서 천천히 이동합니다."
최 선장은 참치 떼를 우회해서 전속력으로 이동해 1~2㎞ 전방에 그물을 펼치는데 어군마다 그물 폭과 깊이, 각도가 매번 다르다고 했다. 그는 "참치 본진(本陣)이 들어온 뒤 그물을 걷어올리는 타이밍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했다. 최 선장의 인망률(引網率·그물 안에 고기가 들어가는 비율)은 80% 이상으로, 50% 정도인 외국계 선장을 압도한다. 동원산업은 최다 어획고를 기념해 최 선장에게 10돈짜리 '황금 열쇠'를 수여했다. 최 선장은 지난해 1만7800t을 잡아 8억7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수산고 출신 독종… "젊은이여, 大洋에 도전하라"
최 선장은 전남 완도에서 배로 한 시간여 떨어진 소안도에서 태어났다. 김 양식을 하던 부모의 6남매 중 막내였다. 바다에서 돈을 벌기로 일찌감치 마음먹고 완도수산고에 진학했다. 뭍으로 진학한 친구들이 입시 준비에 한창이던 1991년 8월, 실습 항해사로 700t급 어선을 타고 남태평양 조업에 나섰다. 이후 10년 만에 동원산업 최연소 선장(만 29세)이 됐다.
최 선장은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는 독기(毒氣)로 고졸 한계를 벗어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부지런한 농부의 수확량이 많은 것처럼 바다에서도 일찍 출항한 선장이 남들이 손대지 않은 고기 떼를 만난다는 것. 그는 2008년과 2015년 최우수 선장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선단(船團) 리더상을 받았다.
최 선장은 "원양선원의 장점은 철저한 능력제"라며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탓하지 말고 바다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를 갓 졸업하고 지난해 승선한 3등 항해사가 어획량이 좋아 1억원 넘는 연봉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대체복무제를 통해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작업 환경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승선한 지 한두 달 만에 바다를 떠나는 실습 항해사들이 10명 중 7명"이라고 말했다. 최 선장은 "원양어업은 미래 식량자원 확보를 위한 중요한 국가 전략 산업"이라며 "한국 원양어업의 황금기를 함께 재현할 후배들을 기다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