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수 제조 기능 등으로 무장한 혼합형 정수기의 인기가 줄고 직수형 정수기가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정수기 저수조 이물질 문제가 부상하자, 저수조가 없는 단순한 디자인의 직수형 정수기가 인기를 얻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직수형 정수기 시장은 현재 약 55만~60만대 규모로 성장했다. 직수형 정수기 시장이 생긴지 2년밖에 안된 것을 감안하면 가파르게 성장한 셈이다. 올해 국내 정수기 전체 시장 규모가 약 200만대로 예상되는데, 그 중 20%가 직수형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LG와 SK매직(구 동양매직), 코웨이, 쿠쿠전자, 교원웰스 등 업체가 직수형 정수기 시장을 나눠서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에도 직수형 정수기 제품군을 확대하는 방침을 세웠다.

LG 퓨리케어 슬림 정수기

LG전자의 직수형 정수기인 ‘퓨리케어 슬림 정수기’는 지난 달에만 3만대가 넘게 팔렸다. 퓨리케어 슬림 정수기는 에너지 소비효율이 35% 이상 좋고 40도, 75도, 85도 등 3가지 맞춤형 온수를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LG전자는 위생에 신경쓰는 소비자를 겨냥해 3개월마다 전문인력을 보내 정수기 내부를 살균해주고 있다.

SK매직은 직수형 정수기 제품군인 ‘슈퍼정수기’와 ‘슈퍼S정수기’를 내놓고 있다. 슈퍼정수기의 누적 렌탈 판매량은 26만대다. 얇은 제품 두께가 특징이다. 슈퍼S정수기는 자외선(UV)살균 기능을 제공해 2시간마다 10분씩 자동으로 코크를 살균해준다.

순간 온수기능을 탑재한 직수형 정수기인 교원 ‘웰스 tt’도 누적 판매량 3만대를 넘어섰다. 교원 정수기 제품 중 직수형 정수기 비중(판매·렌탈 포함)이 20%가 넘는다. 교원웰스 관계자는 “계속 직수형 제품군을 넓혀나갈 계획이며, 정수 기능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정부가 코웨이 얼음정수기 3종에서 니켈이 검출된 것을 확인하고 사용 중단을 당부한 이후 소비자들이 위생적이라고 알려진 직수형 정수기를 많이 찾고 있다.

직수형 정수기는 정수기 안에 따로 저수조를 두지 않아 물이 고이지 않기 때문에 세균이 번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엔 순간 온수, 순간 냉수도 지원하는 직수형 정수기가 출시되고 있어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렌탈 계약이 해지된 소비자들이 직수형 정수기로도 많이 이동했다”고 말했다.

정수기 시장이 포화되면서 정수기 업체들이 2014년부터 선보인 혼합형 정수기에 대해서는 ‘반짝 인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혼합형 정수기는 정수 기능 외에 탄산수 제조 기능, 커피 머신 기능 등이 합쳐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 코웨이, 청호나이스, 위닉스 등은 정수기에 탄산수기가 합쳐진 정수기를 속속 선보였다.

당시 탄산수가 목넘김이 좋고,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탄산수 시장 자체가 2014년 300억원에서 지난해엔 800억원대로 뛰었다(닐슨코리아 조사).

2014년에 ‘스파클링 정수기’, 2015년에 ‘스파클링 아이스 정수기’를 출시한 코웨이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에는 직전 분기보다 혼합형 정수기의 판매량이 약 180% 증가할 정도로 소비자 호응이 컸다"고 말했다.

조선DB

하지만 주기별로 탄산수 가스통을 교체해야해 비용이 들고 번거로운데다, 탄산수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흥미가 떨어지고 있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점차 인기가 시들고 있다. 작년까지 활발하게 탄산수 정수기를 내놨던 정수기 업체들도 올해는 탄산수 정수기 제품군을 따로 출시하지 않고 있다.

집에서 탄산수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는 주부 이모(52)씨는 “처음 탄산수 정수기를 구입했을 때 2-3일에 한번 정도로 자주 만들어 마셨는데, 요즘에는 한달에 한번 정도만 탄산수를 만들어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탄산수는 여름 등 계절적 요인에 따라 수요가 변하기도 하고 매니아 층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시장이라서 수요가 적다”고 분석했다. 또 탄산수를 만들어 마시고 싶어하는 소비자 층 중에는 탄산수 제조기를 사기 때문에 수요층이 분산된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