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하는데, 임원은 한번 달아봐야지.” ‘직장인의 별’은 역시 임원(任員)이다. 임원이 되면 연봉이 2~3배 오르고, 개인 사무실에 비서, 법인차량까지 제공된다.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임원은 ‘별 중의 별’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신규 임원을 대상으로 합숙교육을 한 뒤, 교육 마지막 날 만찬을 하며 만찬장에는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참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선비즈는 삼성전자의 올 3분기 기준 임원 명단(등기·미등기 포함)의 최종 학력, 나이, 성별 등을 분석한 결과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삼성전자 임원의 나이는 젊은 편이다. 올 3분기 기준으로는 삼성전자 임원 평균 나이는 51세다. 기업분석 전문 업체 한국CXO연구소가 조사한 국내 100대 기업 임원 평균나이 53.5세보다도 2.5살 어리다. 삼성 안팎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1968년생(49세)인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 취임하고 경영 전반에 나선 만큼 임원들의 평균 연령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직급을 줄이고 발탁 인사 폭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제도도 이끌고 있다.

미스트리 상무, 3년째 최연소 30대 임원 타이틀 '방어'…최고령은 이건희, 최지성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 임원의 숫자는 총 1071명이다. 이 가운데 30대 임원은 1명(0.09%) 뿐이다. 지난해에는 총 3명의 30대 임원이 있었지만, 이지수 무선 개발1실 담당임원(1976년생), 김홍석 소프트웨어센터 담당임원(1976년생)이 40대가 되면서 30대 임원 명단에서 제외됐다.

삼성전자의 최연소 임원이자 유일한 30대 임원은 누구일까? 그 주인공은 지난 2014년 3분기 33세의 나이로 임원이 된 프라나브 미스트리(Pranav Mistry) 리서치아메리카(SRA) 상무(35)다. 미스트리 상무는 인도 출신 천재 과학자로 지난 2012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박사 출신이며, 삼성 기어S2 UX(사용자경험) 기술을 구현한 싱크탱크팀을 이끌었다.

미스트리 상무는 구글의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과 함께 MIT가 발간하는 기술잡지 ‘테크놀로지리뷰’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과학자 35명’에 선정됐다.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회의에 등장한 ‘360도 입체 카메라’도 미스트리 상무의 작품이다. 미스트리 상무는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내며 삼성의 이미지를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바꾸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삼성전자 최연소·유일한 30대 임원 프라나브 미스트리 상무

임원 중 최고령은 1942년생인 이건희 회장으로 나타났다. 임원이지만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1951년생)이 그 뒤를 잇는다.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1952년생),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1953년생), 윤주화 삼성사회봉사단장 사장(1953년생), 박상진 대외협력담당 사장(1953년생) 등은 1950년 생으로 삼성을 이끌고 있는 대표 중역이다.

유일한 고졸신화 황대환 상무…마이스터고 우대에 고졸신화 '청신호'

삼성전자 임원의 데이터를 보면 석사 비중은 전년과 같은 23.1%(332명)이고, 박사 비중은 지난해 29.2%에서 올해 31.2%(274명)로 2% 포인트 증가했다.

삼성전자에 고학력자의 비중이 늘고 있지만, 고졸신화를 쓴 인물도 있다. 지난해 임원으로 승진한 황대환 무선 글로벌제조센터 담당임원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황 상무는 수도전기공고가 배출한 첫 삼성전자 임원이다.

1924년 개교한 수도전기공고는 전기, 토목 분야의 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졸업생 대부분이 철도국, 체신국, 전업회사 등에 취업하는 등 명문 공고다. 수도전기공고는 1977년 한국전력 사원 양성을 위한 특수목적 공업고등학교로 지정됐다. 이를 통해 수도전기공고 졸업생 가운데 많은 학생이 한국전력으로 취업하고 있다.

수조전기공고에서 열린 직업박람회의 모습

삼성전자도 수도전기공고 출신 학생들을 우선 채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채용 예정자 학생들을 위해 학기 중에 ‘삼성전자 맞춤형 방과 후 학교’ 수업을 진행하고, 방학에는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선발된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정식 직원으로 입사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정부가 기술명장 육성을 목표로 마이스터고를 추진한 이후 2010년 첫 신입생이 들어왔다”며 “내년까지 총 47개 학교가 마이스터고로 지정되면서 삼성전자의 고졸 취업자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2030년쯤에는 신화를 쓰는 고졸 출신 임원들이 대거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이영희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 부사장, 하혜승 무선 Global Mobile 기업간거래(B2B)팀 담당임원 전무, 한승희 상전략마케팅팀 마케팅그룹장 상무

삼성전자, '유리천장' 깨려면 아직도 멀어…女임원 비중 애플의 4분의 1 수준

삼성전자의 부족한 여성임원 비중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공대 출신이 대다수라는 정보기술(IT) 제조업계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남성 위주로 임원 인력이 구성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전자 전체 임원 1071명 가운데 여성임원은 46명으로, 약 4.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49명에서 3명이 줄었다. 이는 경쟁사인 애플을 비롯해 미국 IT기업들과의 차이가 크다.

경쟁사인 애플의 여성임원 비율은 18% 수준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경우 여성임원의 비율이 각각 23%, 22%로 높은 편이다. 이 밖에 아마존(18%), 인텔(17%), 구글(16%), 마이크로소프트(12.5%) 등으로 상대적으로 삼성전자의 ‘유리천장'이 높았다.

삼성전자 여성임원 가운데 직급이 가장 높은 사람은 무선사업부(IM)의 마케팅을 이끄는 이영희 무선 전략마케팅실 담당임원 부사장이다. 이 부사장은 2007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 그룹에 상무로 입사해 갤럭시S·노트 시리즈와 기어S 시리즈 등을 성공적으로 론칭시켰다.

이 부사장은 연세대 영문학 학사와 미국 노스웨스턴대 광고마케팅 석사를 거쳤다. 유니레버와 로레알을 거쳐 지난 2007년 삼성에 입사했다. 외국계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코리아에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전자업계에 뛰어든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입사 당시에만 해도 여성 임원이 없었던 데다, 화장품 회사 출신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이 부사장은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했다.

그 덕에 체험형 마케팅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 모바일 언팩행사, 스포츠 마케팅 등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도입한 공로를 인정받아 2년 반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부터는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총괄하기 위해 신설된 ‘모바일 인핸싱팀’의 팀장도 겸직한다.

또 삼성전자는 올해 초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와 코카콜라에서 근무했던 한승희 상무를 영입, 영상전략마케팅팀 마케팅그룹장에 배치했다. 한 상무는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SUHD TV’의 글로벌 마케팅에 전념하고 있다.

이 밖에 하혜승 무선 Global Mobile 기업간거래(B2B)팀 담당임원 전무는 HP에 근무하다 200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상품기획을 맡아왔다. 하 전무는 삼성이 세계 최초로 내놓은 스마트폰에서 출력 가능한 프린터, 근접무선통신(NFC)으로 출력 가능한 프린터 등을 기획했다. 기획 외에도 B2B 분야에서 새 고객을 유치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한국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은 관련 연구를 하지 못할 정도로 비율이 적은 편”이라며 “여성 특유의 장점이 조직에서 발현하려면 여성의 임원이 일정 비율 이상 돼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1071명 임원 학력 분석해보니…고려·인하대 '웃고', 경북·한양·숭실·전북대 '울고' <2016.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