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 능력으로만 보면 삼성 인력의 1~2%만 구글에 입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삼성이 뒤쳐진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채찍을 꺼내들었다. 사내방송을 통해 많은 소프트웨어 인력에 비해 질적 성장을 못 이룬 현실을 일깨우고, 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삼성그룹은 21일 사내방송 SBC을 통해 ‘삼성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1부 소프트웨어의 불편한 진실’이란 20분짜리 프로그램을 계열사에 내보냈다.
프로그램 내용 상당 부분은 그룹 내 SW 인력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국내외 전문가의 지적으로 채워졌다. 삼성은 “세계 1위 제품과 서비스가 있지만 소프트웨어 역량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차갑다”며 “10년간 소프트웨어 투자 강화로 실리콘밸리의 어떤 IT기업보다도 관련 인력이 많지만 양적성장이 질적인 부분을 담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룹 내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상으로 한 역량 평가에서 절반 이상이 기초 수준 이하로 평가됐다는 부끄러운 결과도 공개했다. 방송에 나온 한 교수는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훈련을 많이 하지 않은 것 같다. 지금 평가방식으로 봤을 때 1~2%만 구글에 입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삼성은 최근 정보기술(IT) 산업의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국은 IT 역량이 급성장하면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세계적인 IT 회사가 등장했다. 방송에서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은 옛말”이라며 “스스로 소프트웨어 대국으로 표현할만큼 질적 깊이가 더해지고 있고, 실력을 가진 인재도 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생태계의 주도권을 애플과 구글에 내주자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개발에 몰두했다. 하지만 자체 개발한 OS ‘바다’는 시장에서 외면받았고, 2013년 말 출시한 ‘타이젠’의 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은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편으로 실리콘밸리 벤처 인수를 병행하고 있다. 최근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조이언트(Joyent) 인수는 삼성이 자체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으로 평가 받는다.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삼성페이의 성공적인 안착도 작년 2월 루프페이 인수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회사의 모든 역량을 소프트웨어 경쟁력 향상에 투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드웨어의 강점을 굳이 버릴 필요는 없고, 소프트웨어 역량이 상승하면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 교수는 방송을 통해 “삼성이 하드웨어와 더불어 소프트웨어도 애플이나 구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작심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보면 된다. 1부에서 문제점을 알렸다면, 2부는 개선방향을 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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