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밀양과 부산광역시 가덕도가 맞붙었던 영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에서 두 지역이 아닌 기존 김해공항 확장 방안이 최종 결정됐다.

후보지 선정 용역을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사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존 김해공항의 활주로와 터미널을 대폭 확장해 쓰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놓으며 이유를 설명했다.

장 마리 슈발리에(Jean-Marie Chevallier)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 수석엔지니어의 브리핑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장 마리 슈발리에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 수석엔지니어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했나

“2015년 7월 킥오프 미팅 때 전반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지난 2월 중순 서울에서 중기 발표를 진행했다. 5월 말 다시 서울에서 지역 대표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한 자문회의가 열렸고, 오늘 발표하는 것이 최종 결과물이다.”

-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나왔다. 밀양과 가덕도를 비교한 것이 아니었나

“밀양과 가덕도만 비교한 것이 아니다. 제로베이스로 시작했다. 지역 내 35곳의 후보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해 1차로 25곳으로 추렸다. 첫 번째 기준은 수요가 발생하는 곳으로부터의 거리였다. 또 지형과 도시화 정도를 기준으로 삼았다.

다음으로는 장애물이 많은 곳을 걸렀다. 이 과정에서 8곳으로 후보지가 압축됐다. 이들을 3개 군으로 나눴다. 남부 도서지역, 낙동강 유역, 중부지역이었다. 이 세 후보군에서 소음, 비용, 접근성을 기준으로 다시 3개 후보지로 압축했다.

다음 단계에서는 다기준방법론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권장 후보지를 선정했다.”

- 공항의 전반적인 수요는 어떻게 예측이 됐나

“신공항은 연간 4000만명의 승객 수요를 예상하고 있다. 2800만명은 국제선, 1200만명은 국내선이다. 화물은 연간 36만톤으로 예측됐다.”

- 영남권 신공항의 역할과 조건은 무엇인가

“첫 번째로 장기적으로 수송능력을 감당할 수 있는 국제공항이 돼야 한다. 지역 내에 있는 공항 역량을 확장하거나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환승 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연계 교통의 경우 공항이 어떻게 운영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화물은 전용화물기가 아닌 여객기를 이용한 방식이 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또 늦은 밤 출발과 새벽 도착 항공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수용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4000만명을 수용하려면 활주로 2개가 있어야 한다. 지형적 요소를 고려했을 때 근접 병행 활주로 2개가 있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4.4km 곱하기 2km의 직사각형 모양 부지가 필요하다.”

- 공항 후보지가 어떻게 운영된다고 가정했나

“먼저 생각할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김해공항과 대구공항을 더 이상 민간 공항으로 이용하지 않고 신공항으로 항공 수요를 모두 이전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김해공항과 대구공항을 지금처럼 민간 공항으로 이용하되 국내선 위주로 운영하고 국제선의 대부분을 신공항으로 이전하는 방안이다.”

-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몇 가지인가

“이 두 가지를 세 후보지에 적용하면 다섯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첫 번째는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고 4000만명의 수요를 모두 할당하는 방안이 있다. 두 번째는 가덕도에 국제선만 넘기는 방안이다. 2800만명이 이용하니 활주로는 하나만 만들면 된다.

마찬가지로 세 번째는 밀양 신공항이 4000만명을 담당하는 방안, 네 번째는 2800만명의 국제선만 담당하는 방안이다. 네 번째 역시 활주로는 하나만 만들면 된다.

다섯 번째는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다. 대구공항이 현재처럼 운영된다고 가정하면 김해공항은 3800만명의 수요를 담당해야 한다.

김해공항의 새 활주로는 길이 3.2km짜리다. 기존 활주로는 남쪽으로 착륙하는 데 쓰고 새 활주로는 남쪽으로부터 이륙용으로 쓰는 방식이다.”

- 건설비용은 각각 얼마가 드는 것으로 나왔나

“김해공항이 가장 경제적으로 나왔다. 활주로와 터미널을 확장하고 도로와 철도를 연결하는 데 총 37억8700만 달러(약 4조3700억원)가 드는 것으로 나왔다.

이어 밀양에 활주로를 하나만 짓는 경우가 41억2200만 달러, 밀양에 두 개의 활주로를 짓는 경우는 52억9200만 달러로 추산됐다.

가덕도에 활주로 하나를 짓는 경우 67억9400만 달러가 들어 밀양에 활주로를 두 개 지을 때보다도 큰 비용이 필요했다. 가덕도에 활주로 두 개를 지으면 92억7400만 달러가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 비용에 영향을 미친 항목은 어떤 것이 있나

“가덕도가 다른 두 곳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심해 매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김해공항의 경우 기존 도로망이 있어 도로망 투자가 적게 든다.

철도의 경우 김해와 밀양은 20억 달러가 드는 데 비해 가덕도는 거리가 멀어 30억 달러가 드는 것으로 나왔다.”

- 최종 후보지 선정 평가는 어떻게 했나

“전세계 공항을 조사해 참고(reference)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리고 접근가능성에 가중치를 둔 A 시나리오와 소음과 환경보호 등에 가중치를 둔 B 시나리오, 비용과 실현가능성 등에 가중치를 둔 C 시나리오를 만들어 각각의 점수를 매겼다. 총점은 1000점이다.

평가 결과 김해를 확장하는 방안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레퍼런스 시나리오에서는 818점을 받았고, A 시나리오에서는 828점, B 시나리오에서는 817점, C 시나리오에서는 832점을 받았다.

레퍼런스 시나리오에서 2위를 한 건 밀양에 활주로 두 개를 만드는 안이었다. A 시나리오와 C 시나리오에서는 밀양에 활주로 한 개를 건설하는 안이 2위를 했다. B 시나리오에서는 가덕도에 활주로 한 개를 만드는 안이 2위를 했다.

- 종합 평가 결과를 설명해달라

“가덕도는 자연적인 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 일단 건설 비용이 많이 들고 건설도 어렵다. 국토의 남쪽 끝에 있어 접근성도 문제가 된다.

밀양은 전통적인 의미에서 신공항 입지로 적합하다. 하지만 여전히 접근가능성과 지형 문제가 남아 있다.

김해를 확장하는 것은 안전과 관련한 이슈를 해결할 대안이면서 기존의 시설과 접근성을 모두 누리는 이점이 있다. 기존 시설을 파괴하거나 제거해야 할 필요도 없다.

모든 시나리오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안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ADPi는 영남권 신공항으로 김해공항 확장안을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