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의류 시장에서는 기능성 원단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열이나 자외선을 막아주고 시원한 감촉을 느끼게 해주는 옷이 인기를 끌기 때문이다. 의류 회사들은 1분기부터 효성·코오롱 등 섬유 소재사들로부터 이런 원단을 공급받아 기능성 옷을 생산하고 있다. 각 업체들이 첨단 기술을 계속 적용하면서 기능성 원단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땀 흡수' '빠른 건조' 기능
대표적인 여름 의류 소재는 흡한속건(吸汗速乾) 섬유다. '땀을 흡수하고 빨리 마른다'는 의미의 이 섬유는 여름철 일반 의류는 물론, 스포츠웨어, 속옷에 사용된다.
화학섬유는 석유·가스로부터 화학합성물을 추출한 뒤, 이를 실처럼 가늘고 길게 뽑아낸 '원사(原絲·섬유 가닥)'를 엮어서 만든다. 일반적인 원사 한 가닥 한가닥의 단면은 원형(圓形)이다. 그러나 흡한속건 섬유 가닥의 단면은 'Y자 모양' 또는 '십자 모양'이다. 흡한속건의 속성은 모두 이 단면의 모양에서 나온다.
이는 땀을 흡수하는 기능을 갖는다. 의류 원단이 되는 소재는 섬유 가닥이 여러 겹으로 겹쳐진 '섬유 다발'의 형태다. 나비 모양 또는 십자 모양 단면의 섬유 다발에는 원형 단면으로만 구성된 섬유 다발보다 많은 미세 공간(틈)이 생긴다. 의류 착용자가 흘린 땀은 '모세관 현상'에 따라 이 틈을 타고 밖으로 배출된다. 모세관 현상은 액체가 중력과 상관없이 좁은 틈을 따라 이동하는 현상이다.
'빠른 건조'도 단면 모양의 영향이다. 나비 모양 단면의 섬유는 원형 단면 섬유에 비해 공기와의 접촉 면적이 1.4배 넓다. 그만큼 잘 마른다. 표면이 오돌토돌한 화장지가 평평한 화장지보다 잘 닦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흡한속건 섬유 소재는 일반 소재보다 2~5배의 흡수 또는 건조 능력을 갖고 있다.
◇섬유 가닥 한가운데 뚫어 열 차단
경량(輕量)·열차단 섬유도 대표적인 여름철 소재이다. 옷이 가볍고 외부의 무더위를 차단해주면 쾌적하게 활동할 수 있다.
이 섬유는 가닥의 단면이 'O'자 형태로 비어있다. 구멍이 전체 단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35%다. 그만큼 가볍고, 빈 공간 속 공기가 외부의 열을 20% 이상 차단해 준다. 대나무처럼 굽힘이나 비틀렸을 때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힘도 강하다.
자외선 차단 섬유에는 2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선블록 크림을 바르듯이 외부에 코팅하는 방식, 또 다른 방식은 빛을 굴절시키는 첨가제를 섬유 생산 때 섞어 넣는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 섬유에 촘촘하게 섞인 첨가제 입자가 옷을 투과하려는 자외선을 반사해 밖으로 돌려보낸다.
얇으면서도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비침 방지' 섬유도 여름 옷에 많이 사용된다. 비침 방지를 가능하게 해주는 첨가물은 '소광제(消光劑·빛을 제거하는 약품)'이다. 문제는 원사 표면에 소광제가 묻어 있으면, 직물을 짤 때에 마모를 일으켜 옷감을 상하게 한다는 점이다.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은 2012년 이 소광제를 섬유 가닥 단면 한가운데에 집어넣어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한 'U베일' 개발에 성공했다.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는 냉감(冷感) 소재는 섬유 가닥을 칼국수처럼 납작하게 만들어 피부와의 접촉 면적을 최대화하는 원리다. 대신 피부가 여름철 더운 공기에 닿는 면적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최근엔 다양한 기능을 복합한 소재들도 나오고 있다. 효성의 신소재인 '마이판아쿠아X'의 경우, 흡한속건에 냉감, 자외선 차단 등 3가지 기능을 한꺼번에 갖췄다.
우상선 효성기술원장은 "그동안 여름철 기능성 소재는 주로 속옷에 많이 쓰였지만, 최근 2~3년 사이 레저 문화의 확산 등에 따라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이러한 경향이 일상복에까지 옮아가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