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에 앵거스 디턴(Angus Deaton·사진)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가 12일 선정된 것과 관련, 국내 언론과 해외 언론의 주목 지점이 매우 달랐다.

12~13일 국내 언론들을 보면, 디턴 교수가 ‘불평등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한 것에 주목해 ‘세습된 부가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하는 프랑스 경제학자 피케티와 대비시킨 보도가 많았다. 국내 언론들은 디턴 교수를 반(反)피케티 전선에 세운 것이다.

반면 영국 언론사인 가디언 등 해외 외신은 디턴의 연구 업적이 피케티 교수의 연구와 반대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보완적인 성격이라고 보도하거나 빈곤국 원조의 효과 등 다른 연구 업적에 치중했다.

국내 언론은 디턴 교수와 피케티 교수의 연구 차이를 비중있게 다뤘다. 매일경제는 “2013년 피케티가 경제학계에 불평등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자, 그 반대편에서 불평등 문제를 주창한 디턴 교수도 더욱 주목받게 됐다”면서 “디턴 교수는 주류 경제학 관점으로 불평등 문제를 연구해 왔고, 피케티와 달리 디턴 교수는 불평등의 부정적 기능보다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디턴은 자본주의가 경제성장을 통해 그 어떤 시대보다 불평등을 줄이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며 “피케티 교수가 지난해 출간한 ‘21세기 자본론’에서 ‘세습된 부가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고 주장한 것과 정반대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경은 “세계를 휩쓴 ‘피케티 신드롬’ 속에서 노벨위원회가 디턴 교수의 손을 들어준 것에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경제신문 그룹의 출판사인 한경BP는 디턴 교수의 ‘위대한 탈출’ 번역본을 출간했다.

중앙일보는 “디턴 교수의 연구 결과는 피케티 교수의 주장과 관점이 다르다”며 “노벨위원회는 불평등이 글로벌 화두가 된 가운데 정통 주류 경제학자(디턴 교수)의 불평등 진단을 주목한 셈이다”라고 진단했다.

조선비즈도 “앵거스 디턴 ‘노벨경제학상’…’피케티 불평등론’에 대한 쐐기?”라는 제목으로 보도해 피케티 교수와의 차별점을 부각시켰다.

반면 외신은 디턴 교수와 피케티 교수가 대척 관계가 아닌, 오히려 보완적 관계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외신은 두 석학의 대립보다는 디턴 교수의 연구와 그의 정체성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피케티의 베스트셀러인 ‘21세기 자본론’은 디턴과 토니 앳킨슨이 옥스포드 시절 연구했던 미시경제학에 공을 돌리고 있다”며 “이번 디턴의 수상은 피케티, 앳킨슨과 함께 수상했어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언론과는 정반대의 해석이다.

그러면서 가디언은 디턴 교수의 케임브리지대학 박사 시절부터 해온 연구를 소개하면서, “디턴은 이론이 아닌 실제 경험에 입각해 연구해 왔고, 이 경험적 접근은 거시경제학계를 각성시키고 그들의 주목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불평등보다는 ‘해외 원조’에 대한 디턴 교수의 주장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는 해외 원조가 개발도상국들이 발전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면서 “디턴의 아이디어와 연구는 경제학자는 물론 선출직 공무원과 글로벌 정책 입안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피케티 교수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다루지 않았다. WSJ은 “디턴 교수는 지난 250년간 인류의 진화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면서 “디턴 교수는 세상의 부와 건강, 수명이 어떻게 증가했는지를 다루면서도 국가 간 불평등을 다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또한 피케티 교수가 아닌 디턴 교수의 그간 연구를 심도 있게 설명하고 있다.

국내 언론과 외신이 이같은 차이를 보이는 데 대해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언론에선 피케티 교수가 불평등 반향을 일으켰지만 나이가 너무 젊어 그와 비슷한 디턴 교수에게 노벨상을 준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며 “둘은 반대 입장의 연구를 내놓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디턴 교수의 주장은 ‘빈곤국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성장’이라는 것”이라며 “디턴 교수의 불평등 연구는 이 주장의 연장선이지 불평등이 본 주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디턴 교수는 신흥국의 불평등에, 피케티는 선진국 불평등을 다루고 있어 둘은 보완 관계이고, 디턴 교수 또한 저서 ‘위대한 탈출’에서 피케티 교수의 연구를 인용하며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책을 읽어보니 디턴 교수는 피케티 교수 연구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고, 피케티 교수 역시 디턴 교수의 연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이 둘의 연구는 반대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디턴 교수는 선진국보다는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연구를 주로 해왔기 때문에, 디턴 교수의 주장은 피케티보다는 오히려 맨큐나 제프리 삭스의 불평등 주장과 반대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턴 교수는 개인 소비와 소득을 연결시킨 연구를 통해 거시경제와 미시경제, 개발경제 분야의 혁신을 이끌어 낸 점을 인정받아 올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지난 12일(현지시각) 선정됐다. 노벨경제학상 발표 직후, 디턴 교수는 “오래 연구해 온 만큼 내가 노벨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 말고도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사람은 수없이 많다”며 “그 약간의 가능성이 뜻밖의 행운으로 다가왔다”고 선정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