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에 있는 국내 1위의 전자칠판 업체 아하정보통신은 올 3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한-UAE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600만달러(약 66억원)의 납품 계약을 맺었다. 미국 NASA(항공우주국)와 하버드대의 강의실·회의실에도 이 회사가 수출한 전자칠판 수십대가 설치돼있다. 전자칠판이란 대형 화면에 강의 내용을 띄워놓고 교사가 그 위에 직접 필기까지 해가며 설명할 수 있는 교육도구를 말한다.

아하정보통신은 서울대 공대 출신인 구기도(52) 대표가 1995년 교육 기자재 업체로 창업했다. 처음에는 대만에서 판서(板書)용 모니터를 들여와 판매했다. 국산화를 해보자고 결심한 구 대표는 2년여에 걸쳐 이 모니터를 거의 베낀 제품을 완성했지만 제품은 작동되지 않았다.

아하정보통신 구기도 대표가 경기 김포에 있는 본사에서 전자 칠판을 시연하며 국내와 카자흐스탄 등에 있는 생산시설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하드웨어 문제가 아니라 이를 작동시키는 펌웨어(firmware)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펌웨어란 전자기기에 내장해 기능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구 대표는 기술자들을 영입해 4년 동안 더 노력한 끝에 2006년 모니터 화면에서 사람의 필기체와 손 터치를 인식할 수 있는 센서 등 펌웨어를 개발하며 회사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일본·대만에 이어 세계 3번째였다.

아하정보통신은 삼성디스플레이 등에서 대형 LCD 패널을 들여와서 여기에 센서 등 펌웨어와 구동 소프트웨어를 추가해 전자칠판 시스템을 제작한다. 2007년 정보통신부의 신기술 인증을 받았고 2009년에는 지식경제부의 '세계 일류상품'에 선정됐다. 10여년 전 20억원에 머물던 연매출도 매년 급성장해 지난해에는 340억원을 기록했다. 구 대표는 "미국 총무청(GSA)의 공식 납품업체로 선정된 이후 NASA와 하버드에서 매년 제품을 추가로 구매해간다"고 말했다. 또 영국·러시아·인도 정부에 전자칠판을 납품하는 등 63개국에 수출하며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84인치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손 터치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도 개발했다. 아하정보통신은 전자칠판 연구소를 설립하고 회사 전체 인원의 25%인 32명을 연구 인력으로 채우는 등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구기도 대표는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들은 정부 시책에 힘입어 600만개 교실에 전자칠판을 보급하며 선두권으로 뛰어올랐다"며 "해외 수출은 물론이고 학습 효과가 좋은 전자칠판이 우리나라 초·중·고교 교실 24만개 모두에 보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