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하루 중환자실 입원에 3000~5000달러(약340만~550만원)를 내야 하지만 한국은 원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4만원에 불과합니다. 다른 나라 의사들은 한국의 의료 현실에 대해 들으면 매우 깜짝 놀랍니다. ”

고윤석 세계중환자의학회 조직위원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사진)은 30일 국내 병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전세계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중환자실 환자를 치료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위원장이 이끄는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중환자실은 내과, 외과, 신경외과 등을 합쳐 178병상에 전담 전문의 20여명을 두고 있다.

중환자실 의료진은 2008년부터 일반 병실의 중환자 치료도 맡고 있다. 이른바 ‘신속대응팀(Medical Alert Team)'이다. 신속대응팀은 야간이나 휴일에 환자 상태가 악화돼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을 막는다.

일부 병원들도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신속대응팀을 운영할 정도로 중환자 치료는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고 위원장은 평소 중환자실에 대해 정부가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증환자의 치료 경험을 쌓는 의료진을 전국적으로 배출하려면 인력 투자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중환자실 입원료 만으로는 한계가 많다는 주장이다.

고 위원장을 포함한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최근 10년간 정부와 국회를 문지방이 닳도록 찾았다. 중환자실 관리만 잘 되더라도 더많은 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알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치권의 관심부족으로 여전히 중환자실은 국민 보건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를 둬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지만 아직 지키지 않는 병원이 많다. 현재 중환자실 입원 병상 1개당 연간 평균 8000만원의 적자가 나기 때문이다.

중환자의학회는 최근 아예 전략을 바꿨다. 국민에게 직접 중환자 치료의 중요성을 호소하기로 한 것이다. 올 8월 29일 열리는 세계중환자의학회를 서울에 유치하면서 대국민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고 위원장은 “정부는 대규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중환자실 이송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국민도 가족이 중환자실에 입원한 다음에야 중환자실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중환자실은 환자가 죽기 전에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살 수 있는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회복하는 곳”이라며 “이대로 적자가 지속되면 중환자실 시스템이 유지될 수 없으며, 중환자실 전공 의사를 배출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