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적성지도(규10345), 조선후기 지방지도,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소장

▲ 네이버 지도 적성현. 현재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구읍리가 옛 중심지였다.

조선시대 적성 지도를 들고 옛지도에 나오는 장소들을 답사하였다. 적성현은 현재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이라는 지명으로 남아 있는데 조선시대에는 파주시 적성면과 연천군 백학면, 장남면 일부, 양주시 남면을 관할하는 고을이었다.

▲ 상수초등학교. 양주시 남면 상수리. 한양에서 적성 가는 길에 있던 역.

한양에서 적성가는 길에 있었던 역이 상수역이다. 옛지도에 등장하는 상수역은 파주시가 아니라 양주시 남면 상수리, 상수초등학교에 있던 역이었다. 양주시 남면이면 양주시의 남쪽에 있어야 하는데 북쪽에 있다. 적성현 남면이 양주시 남면으로 바뀌면서 이렇게 된 것이다. 학교는 아담하고 조용하였다.

이 상수역과 함께 적성가는 길에 있었던 원이 광수원이다.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데 양주시 남면 신산리로 추정된다. 옛지도에는 광수원평으로 등장한다.

▲ 감악산

옛지도에서 가장 크게 그려진 곳이 감악산이다. 675m 높이의 감악산 정상을 가는 길은 여러 군데이다. 적성 가는 길이 371번 도로이다. 이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감악산 등산로 입구 표지판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저수지가 나온다. 이 저수지를 지나면 수월사라는 작은 절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등산로를 따라가면 감악산 정상이다.

▲ 감악산 산제당

한양의 주산은 북악산이고 그 뒤를 삼각산(북한산)이 받치고 있다. 감악산은 북한산을 보필하여 도읍의 기운을 복돋아 준다고 여겨지던 곳이다. 그래서 나라에서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옛지도에도 제당(祭堂)이 그려져 있다.

저수지에서 감악산 등산로 방향으로 가다보니 왼쪽에 콘크리트 건물이 하나 보였다. 현판에 ‘감악산 산제당’이라 적혀 있었다. 옛 제의(祭儀)의 흔적이 이렇게 남아있는 것이다. 감악산은 지금도 신령스러운 산으로 인식된다.

▲ 설마령, 산과 산 사이 계곡길이 설마령이다.

감악산에서 나와 적성으로 가다보면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이 시작되는 지점이 나온다. 현재의 양주시와 파주시의 경계이다. 여기를 지나가면 이 꾸불꾸불한 길은 도대체 언제 끝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옛지도에도 꾸불꾸불한 고개가 그려져 있다. 설마령(雪馬嶺, 雪馬峴, 雪馬峙)이다. 이 길을 지나다면 보면 설마 12교, 설마 11교, 설마 10교 등 12개의 다리를 지난다.

옛 지도에서 확인해보니 꾸불꾸불한 길에 ‘십이교(十二橋)’라 적혀 있다. 이제 드디어 다 내려왔다 싶은 곳에 설마교가 있고 그 오른쪽에 충혼탑이 보인다. 한국전쟁 때 결사대의 활동을 기린 곳이다. 근처에 영국군 전적비가 있다. 1951년에 영국군이 중공군 3만명과 설마령에서 전투를 벌였다.

옛지도에서 적성 읍내를 보면 하천이 그려졌고 읍천(邑川)이라 적혀 있는데 이 하천이 지금의 설마천이다. 지도에 관아건물이 많이 그려진 중심지는 현재의 적성면사무소가 있는 동네가 아니라 적성면 구읍리이다. 한국전쟁 때 작전지역이 되면서 통제되어 피난갔다가 구읍리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 적성향교

옛 관아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지고 남은 것이 향교이다. 적성향교도 한국전쟁 때 불탔는데 1970년에 복원한 것이다. 향교 앞에는 세 개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두 개는 적성현감 영세불망비이다. 그 왼쪽에 세워진 송덕비가 특이하다. 적성면장의 송덕비이다.

▲ 칠중성에 본 적성

향교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옛지도에 ‘중성(重城)’으로 표시된 칠중성이 나온다. 해발 148m 밖에 되지 않지만 주변에 높은 곳이 없어 군사적 요충지 기능을 하던 곳이다. 한강을 중심으로 생각하다보면 임진강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있다. 임진강은 한강과 연결되는 강이다.

임진강변의 칠중성은 백제 초기 군사적 요충지였다. 이후에는 신라와 고구려가 패권을 놓고 경쟁할 때 중요한 거점이 된 곳이다. 높지는 않지만 적성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 육계토성

적성에는 칠중성만 있는 게 아니라 토성도 있다. 적성면 주월리에 육계토성이 있다. 평지에 쌓은 토성인데 발굴결과 이곳에서 고구려 토기가 나왔다.

▲ 가월리 주월리 구석기 유적

선사시대 주거지는 대부분 강을 끼고 형성되었다. 임진강을 끼고 있으니 칠중성, 육계토성 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석기 유적도 적성에서 발견되었다. 가월리 주월리 구석기 유적이라 불리는 곳이다. 37번 국도 옆이 발굴 제 1 지점이다. 주먹도끼 같은 구석기 유적이 발견되었는데 발굴 기관에서는 초기 또는 중기 구석기시대 유물로 보면서 2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 주장한다.

▲ 두지 나루

임진강을 끼고 형성된 고을이니 당연히 여러 나루터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나루터가 적성 동북쪽의 신지개 나루와 서북쪽의 두지나루이다. 신지개 나루는 그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옛 나루를 관광상품화 한 것이 임진강 황포돛배이다. 황포돛배를 타고 주변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옛 두지나루이다. 임진강이 얼어있는 겨울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과거의 돛배는 아니지만 임진강 주변을 구경할 수 있는 상품이다.

임진강 주변은 황복, 장어, 참게매운탕, 메기매운탕으로 유명한 음식점이 많다. 답사를 끝냈다면 가서 드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