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 찰스 다윈(1809~ 1882·사진)에게 진화론의 영감을 주면서 '다윈의 새'로 불리는 핀치새(finch) 진화의 비밀이 180년 만에 풀렸다.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레이프 안데르손 교수는 12일 발간되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핀치새들의 유전자를 해독한 결과 하나의 조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날은 다윈이 탄생한 지 206년이 되는 날이다.
1835년 탐사선 비글호(號)를 타고 남미 갈라파고스제도(諸島)에 도착한 다윈은 섬에 사는 핀치새 13종의 부리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곤충을 잡아먹는 핀치새의 부리는 짧고 단단했고, 씨앗을 먹는 핀치새는 부리가 두꺼웠다. 다윈은 이들이 원래 한 종류였지만 먹이에 따라 부리의 모양이 변하며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가설을 세웠다. 생명체가 환경에 맞춰 진화한다는 '자연선택설'이 다윈의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순간이었다.
이후 다윈은 비둘기 짝짓기 등의 실험을 통해 자신의 가설이 옳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1859년 '종(種)의 기원'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 평가된다. 다윈은 이 책에 '놀라운 일이지만, 원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다'고 적었다. 진화를 결정짓는 유전자(DNA)의 존재가 밝혀지지 않았던 때였기 때문이다.
웁살라대 연구팀은 핀치새 120마리의 유전자를 모두 분석한 결과 'ALX1'이라는 유전자 속 염기서열의 배치 순서가 부리 모양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어 각 핀치새의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 핀치새는 90만년 전부터 부리의 모양이 달라지며 여러 종류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핀치새가 좁은 섬에서 13종이나 되는 다양성을 갖게 된 이유는 잡종이 유리한 환경 때문이었다. 핀치새가 곤충·씨앗·선인장·과일 등 먹이에 따라 네 종류로 진화한 뒤 다른 종류끼리 짝짓기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종류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