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NXC 사장

카이스트(KAIST)에서 전산학 박사과정을 공부하던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회사) 사장은 1994년 12월 돌연 게임회사 넥슨을 창업했다. 대학원 공부 중 틈틈이 게임을 만들다가 아예 게임회사를 차린 것이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고, 당시 유행하던 ‘컴퓨터를 이용한 온라인시장’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김 사장과 넥슨을 공동 창업한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XL게임즈) 대표는 1993년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과정을 중퇴하고 한글과 컴퓨터 개발실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동기생으로서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인연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넥슨이라는 이름 아래 의기투합했다.

창업 자금을 모으기는 쉽지 않았다. 찾아간 회사마다 퇴짜를 놓았다. 국내에 온라인 게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라 선뜻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회사가 없었다.

두 사람 앞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곳이 IBM이다. NXC 관계자는 “당시 IBM에 송재경 대표가 알고 지내던 사람이 있어서 IBM으로부터 투자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IBM에서 빌린 6000여만원의 자금으로 본격적으로 온라인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투자금 대부분을 인건비로 썼다.

넥슨의 창업 신화는 김 사장과 송재경 대표의 분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송 대표는 게임 개발에 매진했고 김 사장은 자금 조달과 경영을 맡았다.

NXC 관계자는 “외부에서 빌린 자금 외에 모자라는 부분은 대기업의 웹사이트 구축 프로젝트를 따내 충당했다”고 말했다.

넥슨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이미지.

두 사람이 탄생시킨 첫 작품은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다. 이전까지는 명령어를 문자로 입력하는 온라인 게임만 있었는데, 이를 그래픽(이미지)으로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다.

이 게임은 고구려 시대의 전쟁·사랑 이야기를 담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다. 여러 사람이 온라인에서 동시에 같은 게임을 즐기게 하고 싶다는 김 사장의 바람이 현실이 됐다.

바람의 나라는 1995년 시범 서비스를 거쳐 1996년 4월 정식 출시됐다. 누적 회원 수가 1800만명에 달하고 19년이 지난 지금도 평균 동시접속자 수 1만여 명을 기록할 정도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송재경 대표는 바람의 나라가 상용화되기 전인 1996년 1월 아이네트로 회사를 옮겼다. 엔씨소프트(036570)창업자 김택진 대표는 1997년 송재경 대표를 영입하기 위해 아이네트의 게임개발 부문을 인수했다.

이후 두 사람이 함께 개발한 온라인 게임 ‘리니지’가 이듬해 엔씨소프트에서 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