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대계열 아파트 브랜드를 가지고 말이 많다. 현대건설(000720)의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관계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용하면서부터다.
1월에 입주하는 서울 강남구 내곡지구 4단지 아파트 계약자들은 지난해 12월 기존 브랜드 ‘엠코타운’ 대신 새 브랜드 ‘힐스테이트’를 달아달라고 요구했다. 계약자들은 ‘엠코타운’ 브랜드가 사라지면서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또 계약자들은 엠코타운보다 힐스테이트가 브랜드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브랜드를 아파트에 붙여야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입주민들의 주장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미 아파트에서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웃어넘길 수준이 아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지난해 9월 발간한 ‘아파트 품질에 대한 소비자 기대와 시장 변화’ 보고서를 보면 서울지역 브랜드 아파트와 일반 아파트 가격 차이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서울지역 브랜드 아파트와 일반아파트 평균 가격 차이는 2013년 7월 3.3㎡당 428만원에서 지난해 4월 기준 459만원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존 엠코타운으로 분양된 아파트의 브랜드를 바꾸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내곡지구 4단지 입주예정자 대표는 “입주예정자의 82.8% 서명을 받아 현대엔지니어링 본사를 방문했으나 현대엔지니어링에서는 엠코타운 사용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엠코타운 사용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아파트 브랜드 교체 불가를 주장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원 소유주인 현대건설과 협상을 해야 하는데, 이미 분양된 아파트에는 사용하지 않기로 협상이 마무리된 상태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브랜드 사용과 관련돼 남은 협상은 브랜드 사용료뿐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미 분양된 아파트 브랜드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현대건설과는 사용료와 관련된 협상만 남았다”고 말했다.
현대엠코 입주민들은 엠코타운이라는 브랜드가 없어지는 만큼 집값이 떨어질까봐 걱정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분양한 현대엔지니어링 사업장의 대부분은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인 것도 있지만,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에 따른 인지도 상승 때문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기존에 엠코타운 입주민들의 브랜드 교체 목소리가 커지고 점이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입주민들끼리 갈등도 나타난다.
세종시에서 분양한 엠코타운 입주민들이 ′힐스테이트′로 브랜드로 바꾸려하자 갈등이 생겨났다. 기존 세종시 힐스테이트에 입주한 사람들이 세종시에 같은 브랜드들이 많이 생기는 것에 반발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아파트는 명품 가방과 일반 가방처럼 품질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대형건설사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일부 설계 등을 세련되게 할 수는 있다. 또 대형건설사에서 짓는 만큼 하자보수 등이 좀 더 확실할 것이란 막연한 믿음이 있다.
그러나 아파트를 짓는 사람이 같다.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 모두 아파트 공사는 부분별로 협력업체 직원들을 통해 시공돼 실제 품질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용되는 자재(資材)도 비슷하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브랜드 교체를 하면서 기분양 아파트의 입주민들에게 동의 없이 진행돼 잡음은 예견됐었다”며 “아파트도 품질보다는 이제 이미지가 우선되는 만큼 브랜드 사용과 관련해 당분간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