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캡처

프랑스 국영방송 TF1은 지난 10일 인터넷판 보도에서 “마카다미아가 대한항공의 항공 보안에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며 “테러리스트 공격이나 기상 악화보다도 더 위험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前) 부사장이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땅콩 회항’을 지시한 것에 대한 풍자였다.

미국 CNN도 같은 날 조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비꼬았다. CNN 앵커는 전직 항공사 승무원이자 관련 책을 집필한 전문가를 인터뷰하며 "황당한 승객들을 많이 만나봤을 텐데, 이 정도까지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승객이 있었나"고 질문했다. 전문가는 "15년 경력 중에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 들었다"고 답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을 희화화하는 보도와 패러디가 국내외에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외신들은 이 논란을 '땅콩 분노(nut rage)'로 통칭하고 있다. 여기서 nut은 직역하면 땅콩이지만, ‘미친’ 또는 ‘제정신이 아닌’ 이란 뜻도 갖고 있다. 중의적인 해석을 노린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관련 기사의 제목을 '미쳐간다'로 해석되는 'going nuts'로 하고 소제목에 '짜증 한 번에 낙마한 대한항공 회장 딸'이라고 적었다.

미국 코미디언들도 가세했다. 한 코미디언은 “한 언론매체가 그 정신 나간 여자가 ‘에어 고려’(북한의 고려항공) 중역이라고 잘못 보도했다”며 “그러자 고려항공 대변인은 ‘그런 경우에 우리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문제를 일으킨 승무원을 그냥 날아가는 비행기 밖으로 밀어버린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패러디 비디오들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토모뉴스'는 패러디 애니메이션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영상은 여승무원이 비행기 출발 직전 땅콩을 봉지째로 서비스하자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격분해 남성 사무장을 찾아 호통을 치고, 머리끝까지 화가 난 조 부사장이 결국 사무장을 비행기 밖으로 내던지는 장면이 과장되게 표현됐다.

G마켓 캡처

뉴욕타임스는 '땅콩 항공(peanut air)'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영상은 가상의 항공사 서비스를 소개하면서 '비즈니스 이하 고객들은 땅콩을 직접 까먹으라'고 전한다. 뉴욕타임스는 이 영상 클릭 수가 50만을 넘었다며 대한항공 보이콧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한 방송사는 이번 사건을 만화로 풍자해 보도하기도 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논란에 대한 풍자는 국내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9일 국내 한 온라인 쇼핑몰에는 "긴말은 않겠다. 그 땅콩. 사실은 마카다미아"라는 설명과 함께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견과류 제품이 판매상품으로 올랐다. 제품 유의사항에는 '꼭 접시에 담아서 드세요'라고 적었다.

다른 항공사가 이번 사태를 빗댄 발언을 내놓는 일도 벌어졌다.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그룹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허니버터칩을 소주와 함께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다만 우리는 봉지를 열어서 그릇에 담아주지 않고 봉지째 줄 것이다"고 농담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번 사태로 지난 12일 국토교통부의 조사를 받았다. 7시간 30분에 걸쳐 조사를 받은 조 전 부사장은 사무장에게 욕설하며 폭행을 하고 거짓 진술을 강요한 사실이 있느냐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한편 검찰은 당시 항공기를 운항했던 기장을 소환해 항공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