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달 18일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카카오톡이 감청·검열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해외 모바일 메신저로 옮겨가는 ‘사이버 망명’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전병헌 의원이 랭키닷컴 모바일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은 10월 첫째 주(5~11일) 전체 사용자가 262만명(공식앱·한국어앱 합계)까지 늘었다. 이는 9월 마지막 주 전체 사용자(138만명)와 비교해 90%나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연내 1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
텔레그램은 15일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애플리케이션(앱) 중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구글 플레이에서는 무료 앱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카카오톡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각각 5위와 11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민들의 (카카오톡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해외 서비스 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카카오톡 감청·검열 논란의 불똥은 국내 다른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13일에는 네이버 계열 캠프모바일이 운영하는 폐쇄형 SNS 밴드가 경찰에 특정 사용자의 인적정보와 대화내용을 전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캠프모바일측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사용자 로그인 기록은 제공하되 법적 근거가 없는 인적정보와 대화내용은 제공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고 해명했다. 캠프모바일은 이후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인적정보·대화내용 요청이 있었지만, 밴드는 대화내용을 보관하지 않아 제공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사이버 망명 현상은 신드롬 수준이다. 영국 BBC는 10일(현지시각) ‘왜 한국인들은 국내 최대 SNS에서 떠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한국에 서버가 없고 암호화된 메시징 서비스인 텔레그램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램은 카카오톡과 달리 ‘비밀 대화(secret chat)’ 옵션이 있어, 서비스회사도 대화내용을 해독하지 못하는 기술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네이버의 라인이 서비스하는 ‘타이머 챗’이나 애플 ‘아이메시지’ 역시 대화내용을 암호화해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내용을 확인할 수 없게 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경우 감청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대화내용을 제공해왔다. 암호화기능을 적용하지 않은데다 대화 내용을 평균 5~7일간 서버에 저장해왔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톡을 대상으로 받은 감청 요청만 86건, 올 상반기에는 61건에 달했다. 지난해 요청받은 압수수색 영장은 총 2676건이며, 올 상반기에도 2131건에 달했다.
카카오톡은 감청·검열 논란이 일자 서버 보관기간은 2~3일로 단축하고, 서버에 저장되는 대화내용도 올해 안에 암호화하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통상적으로 수사기관이 법원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거쳐 자료를 요청하는데 2~3일이 걸리기에 대화내용 제공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이 ‘감청영장’ 불응이라는 초강수를 내놓았지만, 당분간 사이버 망명은 계속될 것”이라며 “SNS의 특성상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