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병원들은 대부분 진료비와 검진비로 수익을 낸다. 하지만 서울대병원과 같은 대형병원들마저도 대부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과연 병원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병원 숨통 트일까

전국의 의료법인 병원은 885개로 전체 병원 2879개 중 30.7%에 해당한다. 병원종별 구분으로는 종합병원 107개, 병원 350개, 요양병원 428개 등이다. 학교법인 병원, 사회복지법인 병원, 개인병원은 진료 외에 다른 수익사업을 벌여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반면 의료법인 병원은 의료법 규제에 묶여 수익사업이 불가능하고 다른 법인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이유로 이번 개정이 추진됐다.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은 1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기관의 부대사업과 자법인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의료법인은 대부분 중소병원으로 대형병원과 개인병원의 틈바구니에 껴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료, 검진을 더 많이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다른 수익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영호 한국의료재단연합회장은 “병원이 진료수익에만 전념하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고 의료서비스 질(質)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며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자법인 허용 등 전향적인 의료서비스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법 제49조 제1항 시행규칙 제60조에 따르면 현재 의료법인은 장례식장, 주차장, 음식업, 소매업, 산후조리업, 이미용업 등의 부대사업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달 입법예고를 마쳤다. 새 시행규칙에는 여행업, 외국인환자 유치업, 체육시설업, 목욕장업 등이 추가됐지만 시행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새 시행규칙이 실시되면 병원이 직접 외국인환자 유치에 나서거나 의료관광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또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숙박업을 하고 헬스장, 사우나 설치도 가능하다. 제약과 의료기기 등 직접적인 연관품목을 제외한 기업과 공동 연구개발도 가능하다.

◆서비스산업 육성과 고용 창출 효과 노려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허용은 정부의 서비스산업 육성과 고용 창출 목적을 포함하고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조사결과 매출액 10억원 당 고용인원은 삼성전자가 0.6명, 현대자동차 0.7명인 반면 서울대병원은 7.7명에 달한다. 그만큼 서비스 산업의 고용유발효과는 크지만 아직 경쟁력은 낮다.

한국 서비스산업 비중은 GDP(국내총생산)의 60%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80%에 비해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33위에 머무른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자, 자동차 산업 등은 미국, 일본과 경쟁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춘 반면 의료서비스 산업은 미국의 9분의 1, 제약은 84분의 1, 의료기기는 78분의 1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기존 도소매, 음식, 숙박, 운수 등 생계형 서비스 분야보다 의료,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 투자활성화 대책을 마련 중이다.

박홍진 기획재정부 서비스산업발전팀장은 "병원은 의료산업의 허브지만 너무 진료에만 치우쳐 의료 연관산업들 간 융복합이 불가능하다"며 "진료수익이 전체의95% 정도를 차지해 적자가 나면 과잉진료를 하거나 이른바 '나이롱' 환자를 받아야 하는 구조여서 병원이 진료수익 비중을 줄여야 영리 추구 구조에서 벗어난다"고 말했다.

병원 부대사업 앞서 국민 건강권 보장 대책과 경영 정상화가 우선

박인숙 새누리당 국민건강특위 의료서비스발전분과장은 “다른 산업이 성장한계에 가로막힌 상황에서 건강과 밀접한 의료산업은 매우 중요하다”며 “산업 활성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허용은 의료영리화 논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가 자칫 진료실에서 병원이 판매하는 제품을 강매하거나 권유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의료 산업화가 자칫 국민 건강보장권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평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병원이 진료를 많이 해도 적자가 나는 구조에서 의료영리화 추진이 우선시 되서는 안된다”며 “국민, 병원 입장에서 국민 건강 보장권을 강화하고 경영 안정을 이룰 근본적인 대책이 먼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