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잊힐 권리',알 권리만큼 중요"〈조선일보 2014년 6월 17일자 A14면〉
유럽사법재판소가 지난달 스페인의 한 변호사가 제기한 자신에 대한 구글의 검색 기록 삭제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국내에서도 '잊힐 권리'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 기사
인간은 누구나 잊고 싶은 과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기억은 망각되지도 지워지지도 않습니다. 한번 온라인에 등록된 정보는 복사나 퍼가기를 통해 무한 확산돼 그 자료가 어디에 남아 있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얼마 전 유럽사법재판소의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 인정 판결이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16년 전 파산했다가 신용을 회복한 스페인 남성이 과거 기사를 지워달라고 낸 소송에서 법원은 인터넷 기록을 삭제하라고 구글에 명령했습니다. 이 판결 이후 구글에는 개인 정보 삭제 요청이 쇄도하고 각국에서 도입 여부를 두고 논쟁이 한창입니다. 오늘은 잊힐 권리란 무엇이고, 이것이 우리 인터넷 생활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잊힐 권리는 무엇이고 왜 논란이 되고 있나요?
잊힐 권리란 온라인상에 게시된 자신의 과거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명예훼손이나 저작권 침해 등 불법적인 자료가 아니더라도, 단지 인터넷상에서 자신과 관련된 원하지 않는 정보가 발견되면 이를 지워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잊힐 권리는 개인 정보 보호라는 관점에서 정보 주체의 자기 정보 결정권을 강화하는 진일보된 개념입니다.
하지만 알 권리와 정보 개방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잊힐 권리가 검열의 명분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합니다. 정보 삭제 요청을 받은 인터넷 업체가 삭제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일부분을 편집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정부 당국과 협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공유하는 정보에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진다면 알 권리의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예컨대 유력 인사가 과거의 부적절한 언행을 자기 마음대로 지울 수 있다면 사회적 공익과 배치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래서 어디까지 삭제를 허용해야 하는지의 기준도 논쟁 사항입니다. 이번 판결에서는 무조건 다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공익적 이해가 큰 내용은 예외로 했습니다. 또한 뉴스사이트와 같은 매체에 저장된 기록을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검색 엔진인 구글이 검색 결과 목록에서 웹페이지 링크를 삭제하도록 했습니다. 기록의 가치를 위해 원자료는 남겨놓으면서도 검색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절충점을 제시한 셈입니다.
◇잊힐 권리는 우리 인터넷 생활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잊힐 권리가 본격적으로 인정되면 개인 정보를 활용한 산업은 위축이 불가피합니다. 우리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쇼핑도 하며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다 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기업들은 이런 정보들을 수집하고 결합·분석하여 시장 흐름이나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1대1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하거나 제품 기획·신규 시장 개척 등에 활용하지요. 이런 점에서 개인 정보는 기업의 비용 절감과 판매 확대를 가져와 수익을 증가시키고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여 성장과 고용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잊힐 권리와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면 이 같은 정보수집이 어려워져 직접적으로 빅데이터 등 정보 관련 산업이 위축되고, 간접적으로는 개인 정보 활용이 각 산업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반감될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개인의 자기 정보 통제권이 강화되면 좋아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최근 개인 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의 빈발로 개인 정보 제공을 꺼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에 대한 신뢰도가 향상되면 오히려 정보 경제가 활성화되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잊힐 권리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분야의 발전도 촉진됩니다. 이미 인터넷상에 있는 과거 흔적들을 찾아서 제거해주는 디지털 정보 세탁업체들이 성업 중입니다. 더불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글이나 사진이 자동적으로 없어지는, 즉 정보의 '유통기한'이 도입된 서비스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도 잊힐 권리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잊힐 권리는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 개인 정보의 보호, 국민의 알 권리, 기록으로서의 가치, 경제적 파급 효과 등 다방면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후 균형 잡힌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기를 기대해봅니다.
◆퀴즈
○○ ○○(right to be forgotten)란 온라인 상에 남아있는 자신에 대한 과거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응모 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7월 22일(화) 오후 5시 마감, 7월 24일(목) 당첨자 발표
▲경품: 이마트 상품권 모바일 교환권(40명, 1만원권 각 1장)
〈지난회 정답: 환급률〉
이마트 상품권 모바일 교환권 당첨자=강태수 권은숙 김경용 김문영 김민석 김영숙 김원석 김정아 김지연 김태영 김희연 노시인 노희선 도지선 문미정 박윤수 박은현 박정숙 백남희 백은숙 서남종 성양화 손미영 신영기 안정아 어경선 오세인 오주식 오지성 오현주 우종한 이민정 이상현 이정현 이종훈 이주헌 장희란 정현모 최정윤 홍유경
산업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