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트랜센던스 |윌리 피스터|★★★☆☆

영화 '트랜센던스' 포스터.

장자가 꿈을 꾼 후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모르겠다”고 했다면 영화 ‘트랜센던스’는 “내가 컴퓨터인지 컴퓨터가 나인지 모르겠다”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트랜센던스는 ‘인간의 뇌가 인공지능 컴퓨터에 업로드된다면’이라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공상과학(SF)영화다. 천재 과학자 윌 캐스터(조니 뎁)가 반 과학단체에 목숨을 잃자 그의 아내는 생전 윌이 연구했던 인공지능 컴퓨터 ‘트랜센던스’에 그의 뇌를 업로드한다. 그러나 컴퓨터 속 윌은 온라인에 접속하며 자기 복제하고 스스로 진화하는 등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영화는 ‘인셉션’과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하고 ‘인셉션’의 촬영감독 윌리 피스터가 감독을 맡았다. 어딘지 모르게 ‘인셉션’의 짙은 향기가 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천재 과학자 윌 캐스터는 컴퓨터에 업로드되며 초월적인 능력을 갖는다.

하지만 인셉션만큼 흥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단 영화가 어렵다. 영화가 끝나자 이곳 저곳에서 작은 한숨 소리나 ‘어렵다’는 말이 새어나왔다. 극 중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는 대사가 반복 되는데 그때마다 속내를 들킨 듯 뜨끔해진다.

영화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특히 각 등장인물에 대한 파악이 어렵다. 착한편, 나쁜편이 구분돼 ‘착한편 이겨라’를 외칠 수 있는 영화는 분명 아니다. 극 중 초반엔 테러 단체였던 이들이 끝에가선 인류의 편인가 싶고, 컴퓨터 속 윌의 정체도 헷갈리긴 마찬가지다.

어려운 인물설정은 어쩌면 그들이 컴퓨터가 아닌 인간임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을지도 모른다. 극 중 “인간은 때론 논리적이지 못하다. 컴퓨터는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는 대사가 있다. 좋은데 싫은, 그립지만 마주하긴 두려운 여러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컴퓨터와 사람의 차이가 아닐까.

영화 트랜센던스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으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그렸다.

매트릭스와 인셉션과 같은 SF영화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화려하거나 빠른 전개로 즐거움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각종 특수효과로 무장하긴 했으나 ‘화려하다’보다는 ‘신기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영상은 과학의 발전을 상상해 보여주는 수준이지 영화의 중심이 되고자 하지 않았다.

영화의 중심은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있다. 영화는 독특한 발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과학에 대한, 인간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전하고 관객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다만 내용이 중심에 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내용 전개가 치밀하지 못해 아쉽다. 영화 중간에 몇 년 후로 시간이 건너뛰지만 그 시간을 채워줄 장치가 없다. 너무 빠르고 쉽게 마무리되는 결론은 마지막회에 갑자기 모든 갈등이 해결되는 막장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트랜센던스는 가볍게 즐길 영화는 아니다. 가능할 법한 미래를 상상해 보여주며 ‘인간이 컴퓨터가 되는 것’에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트랜센던스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으로 가장 인간다움을 보여주고자한 영화다. 5월 15일 개봉. 11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