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飛行)을 잘한 생도를 칭찬하면 다음에는 잘못하는 경우가 많고, 비행을 잘못한 생도에게 소리를 지르면 다음 번에는 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상보다는 징벌이 더 효과적이라는 뜻입니다.”
행동경제학 전문가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에게 이스라엘 공군 교관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대니얼 카너먼은 그 자리에서 교관에게 “통계학 중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mean)라는 개념을 안다면 비행결과에 인과관계를 대입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균으로의 회귀’란 많은 자료를 토대로 결과를 예측할 때, 평균에 가까워지려는 경향성을 말한다. 한번 평균보다 큰 값이 나오면 다음 번에는 평균보다 작은 값이 나와 전체적으로는 평균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는 의미다. 영국의 유전학자인 프랜시스 골턴이 아버지와 아들의 체격과 관련한 실험을 한 결과, 키가 큰 아버지를 둔 아들은 아버지보다 키가 작아지며 키가 작은 아버지를 둔 아들은 아버지보다 키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데에서 착안했다. 이 같은 현상이 주식시장에도 통용될까.
투자학에서는 ‘평균 회귀’(mean reversion)라는 말이 있다. 일부 업종에 투자했을 때 낮은 투자수익률을 얻었다면, 그 이후에는 수익률이 높은 기간이 이어진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는 무조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란 없다. 같은 종목이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때는 주식가치가 올라가고 그렇지 않는 경우는 반대의 흐름을 걷기 때문이다. 이로써 일종의 투자 사이클이 생긴다.
평균 회귀 이론에 따른 가치투자 방식을 살펴보면 더 이해하기 쉽다. 일단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수익률과 같은 지표의 최고점과 최저점을 기록한다. 이후 그 사이에서 일정한 패턴으로 주가가 움직인다는 결과를 도출한다. 평균 회귀 이론을 활용한 이 투자 방식은 주가의 거래 범위를 파악하고 평균 주식 가격 등을 계산해 주가가 내렸을 때 투자한다. 이후 통계학에 따라 평균 수준으로 올라가거나 그 이상의 수익률을 내면 사람들은 가치투자 방식이 성공했다고 여긴다.
그러나 평균 회귀 투자 방식이 모든 영역에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상대적으로 하락세인 주식도 파산하면 평균으로 회귀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 일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평균 회귀 현상을 이용해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 쓰이는 시스템 투자법들은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탄탄한 기업과 파산으로 가는 종목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 경우에는 거래 회전율이 너무 높지는 않은지, 포트폴리오 구성은 어떤지 신중하게 따져본 후 투자해야한다.
평균 회귀라는 개념은 투자세계에서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어떤 주식은 평균으로 회귀하고 또 어떤 주식은 평균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한다.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평균 회귀 이론에 따르기보다, 인구통계 추세 등 구조적인 흐름에 따라 성장 동력을 가진 기업이나 지적 재산권, 브랜드 로열티 등 특허권을 확보한 기업들 중 가치기회(value opportunities)와 가치함정(value traps)를 구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