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의사들이 대리수술과 면허대여 등 일부 성형외과에서 자행된 불법행위에 대해 입을 열었다.
환자와 상담한 유명의사 대신 얼굴도 본 적이 없는 대리의사가 수술하고, 환자를 속이기 위해 수면마취제를 과다하게 투여했다는 주장이다. 또 대량의 수면마취제를 유통하기 위해 다른 의사의 면허를 빌리고 수차례 바꿔가며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G성형외과에서 발생한 여고생 의료사고를 자체 조사한 결과, 충격적인 불법행위들이 있었다”며 “유모 대표원장을 의사회에서 제명하고 면허대여에 관여한 11명에 회원 자격 정지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성형외과의사회 내부 징계는 사실상 효력이 없다. 의사 면허가 정지된 게 아니기 때문에 진료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 의사회 내부 의결권이 사라지고, 의대 선·후배 보기가 민망해지는 정도다.
김선웅 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그동안 G성형외과에 대해 15번의 경고를 내렸으나 전혀 개선되지 않아 사법기관에 고발하기로 한 것”이라며 “대리수술에 대한 의료법상 규제가 없지만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해서라도 대표원장은 처벌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수술 방법을 전수할 때 후배가 선배 옆에서 따라하는 도제식 교육이기 때문에, 상담한 의사와 다른 의사가 수술한다고 해도 불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성형외과의사회 조사에 따르면, 일부 성형외과는 쌍꺼풀이나 코수술을 할 때 하지 않아도 되는 수면마취를 과도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프로포폴 5~7㏄로 환자를 약 5~10분간만 재워도 되는 수술에 100㏄ 정도를 투여했다는 것이다. 수술 중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100을 유지하지 못하고 50이하로 떨어져도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들 성형외과에선 상담에 나섰던 유명의사는 환자가 긴 잠에 빠져든 것이 확인되면 곧장 수술방을 나가고 쉐도우닥터로 불리는 대리의사가 들어와 수술했다. 이때 유명의사는 다른 수술방에 누운 환자가 수면마취에 들기 전까지 눈 도장을 찍거나 대기하고 있는 다른 상담자들을 상담했다.
김 이사는 “비단 G성형외과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10~15명의 의사를 고용한 상당수 대형 성형외과는 한달에 8~15억원에 이르는 광고비와 브로커 비용을 쓰고 수익을 내기 위해 유령의사의 대리수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병원에 고용된 의사는 고액 연봉을 받는 대신 근로계약서에 따라 대표원장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내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능 이후나 방학 등 성수기에는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수술하고 다시 아침부터 수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이사는 “G성형외과는 의료사고 이후 피해자가 소송해도 오래 끌어 스스로 지쳐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이번 여고생 피해자측은 이날 기자회견 직전 성형외과측이 제시한 거액의 합의금에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성윤 기획이사는 “정부가 2007년 의료관광을 활성화 한다는 미명 아래 의료광고에 대한 규제를 많이 푼 뒤 성형외과가 수술 전후 사진이나 이벤트 등을 자유롭게 게재하면서 부작용이 늘었다”며 “국회 등에 광고 규제 강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