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에서는 육식동물, 초식동물, 심지어 풀과 나무까지 모두 어울리는 행복한 낙원이 그려진다. 사자왕 무파사가 다스리는 '프라이드 랜드'다. 실제 자연에서도 그런 일이 가능할까. 최근의 종(種) 복원 프로젝트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70년 만에 늑대가 돌아오자 개울과 나무가 살아나고 새와 물고기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늑대와 같은 최고 포식자가 생태계 균형을 유지한다는 이른바 '먹이사슬 연쇄(trophic cascade)' 효과라고 불렀다. 천적이 없는 멧돼지가 농가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우리나라가 주목할 만한 연구다.

늑대가 불러온 공포의 생태학

라이언 킹에서 사자왕 무파사가 모략에 빠져 죽자 프라이드 랜드는 하이에나가 득실대는 지옥이 된다. 동물도, 식물도 모두 사라졌다. 나중에 아기 사자 심바가 자라 왕권을 되찾자 프라이드 랜드는 예전대로 돌아갔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의 윌리엄 라이플(Ripple) 교수는 2000년대 초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복원 사업이 프라이드 랜드와 같은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옐로스톤의 늑대는 1926년 모두 사라졌다. 늑대가 사라지자 대형 사슴류인 엘크가 번성했다. 엘크는 나뭇잎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개울가 버드나무가 사라지자 땅이 침식돼 개울 모양이 바뀌었다. 새와 물고기는 둥지를 잃었다. 엘크의 월동지인 북쪽 계곡에서는 키 큰 사시나무가 사라졌다. 20세기 초 엘크 월동지의 4~6%를 차지하던 사시나무는 20세기 말 1%로 줄었다. 또 코요테가 늘어나 다람쥐, 들쥐가 급감했다. 맹금류나 오소리, 여우는 설치류를 잡지 못해 수가 줄었다.

늑대가 돌아온 것은 1995년부터다. 그해 캐나다에서 들여온 14마리가 옐로스톤에 방사됐으며, 이듬해에도 17마리가 도입됐다. 2009년까지 늑대는 14개 군집에 100마리로 늘었다. 라이플 교수는 "늑대가 불러온 생태계 복원은 늑대가 직접 엘크를 잡아먹은 것보다 늑대에 대한 공포심이 엘크의 행동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연구진은 이를 '공포의 생태학(ecology of fear)'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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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개울가를 자주 찾자 엘크의 발길이 뜸해졌다. 개울가는 트인 곳이라 늑대의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버드나무가 다시 번성하고 개울이 제 모양을 찾았다. 북쪽 계곡의 사시나무는 4m까지 자라났다. 라이플 교수는 1920년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사라진 쿠거(산사자) 복원도 옐로스톤의 늑대와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식동물이 관건이라는 반박도

먹이사슬 연쇄는 최고 포식자에서 시작해 먹이사슬 위에서 아래로 연쇄적으로 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과거에는 1차 생산자인 식물이 생태계를 좌우한다고 봤다. 아래에서 위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그 중간을 택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 와이오밍 어류야생동물연구소의 매슈 카우프먼(Kauffman) 박사는 2010년 옐로스톤의 사시나무를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늑대가 방사되기 전인 1960년대 후반에 키가 다 자란 사시나무도 있었고, 반대로 늑대가 사라지기 전에 성장을 멈춘 경우도 있었다. 연구진은 전반적으로 사시나무는 엘크 개체 수가 서서히 늘면서 수십 년에 걸쳐 소멸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예일대 오즈월드 슈미츠(Schmitz) 교수는 "최고 포식자는 (생태계에)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하향식, 상향식 연쇄 효과에 엘크나 비버, 메뚜기 같은 중간 단계의 초식성 동물의 영향도 통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하향식 연쇄 효과를 입증한 라이플 교수도 최근 "상향식과 하향식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보이지 않는 공로자도 있다. 국립생태원 최재천(이화여대 석좌교수) 원장은 "바이러스에서 기생충에 이르는 기생생물도 생태계에서 개체군 조절에 큰 역할을 한다"며 "항생제 남용이 이들을 위협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