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택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40대 남성 주모씨는 최근들어 변을 보기 힘들고 횟수도 줄었다. 배변 후에도 변이 남은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그러다 검붉은 혈변까지 나와 병원에 갔더니 대장암 3기라고 했다. 종양이 대장을 꽉 막아 변비 증상이 심했던 것이다. 주씨는 내시경 검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결국 대장에 스텐트를 삽입해 넓히고 깨끗이 비운 다음에야 암 절제 수술을 할 수 있었다.

대장암은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남성에서는 위암에 이어 2위, 여성에서는 갑상선암과 유방암에 이어 3위다. 대장암 환자는 연평균 5.6%의 증가율로 빠르게 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서구형 식생활, 운동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대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3.8%로 위암(69.4%) 보다 높지만 전립선암(92.0%) 보다는 낮다. 오승택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를 통해 대장암에 대해 알아봤다.

-변비가 심하면 대장암일 가능성이 높은 지.
"변비가 심한 고령자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지난해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 1만 7415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장암 진단을 받기 전에 증상이 있었던 환자 중 23.5%가 변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장암의 병기가 높을수록 변비 증상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대장암을 진단 받기 전 변비가 있었던 환자는 1기의 17.5%, 2기의 21.1%, 3기의 26.1%, 4기의 29.4%로 점차 많았다."

-대장암 여부는 어떻게 확인하나.
"대장 내시경 검사가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50세가 되면 반드시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작하고, 이후 5년에 한번씩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거나, 용종, 염증성 장질환, 유전성 암 등으로 진단받은 경우에는 대장암의 고위험군이다. 이들은 대장 내시경 검사를 40대부터 시작하길 권한다. 검사 주기도 의료진과 상의해 더 자주한다."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식단은.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매일 채소를 듬뿍 먹는다.

“대장암 예방의 첫 시작은 식탁에서부터다. 대장암의 약 85%는 환경적 요인으로 주로 식습관과 연관이 있다. 채소와 과일은 섬유소가 풍부해 대장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하루 권장 섭취량은 200g으로 과일은 야구공 두 개 크기 정도, 나물 같이 익힌 채소는 한 컵 정도, 샐러드 같은 생 채소는 두 컵 정도 섭취하는 게 좋다. 채소는 색깔별로 다른 영양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되도록 다양한 색깔을 먹는 게 좋다. 또한 붉은색 육류나 가공육을 피하고 담백한 가금류, 생선, 두부, 발효유 등이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함께 권하는 이유는.
"운동은 식습관과 함께 대장암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운동을 할 때는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을 하면 여러 가지 면역물질 생성이 촉진되며, 체지방이 감소해 자신의 체격에 맞는 건강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암을 유발하는 호르몬을 억제해 준다. 특별히 피해야 할 운동은 없으며, 걷기나 달리기 등 일상생활에서 무리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이면 된다."

-대장암은 어떻게 치료하나.
"수술로 암 조직을 절제한다.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는 보조적인 역할이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되면 생존율이 90%에 달하지만 3기로 진행하면 수술과 항암제 치료를 해도 5년 생존율이 70~80%로 떨어진다. 특히 항문에서 5㎝ 미만으로 떨어진 직장암은 직장과 항문을 같이 절제한다. 결국 인공 항문인 결장루로 평생을 지내야 한다."

-직장암 환자가 항문을 보존할 방법은.
"최근에는 수술법이 발달해 항문에서 2~3㎝ 떨어진 직장암이라 하더라도 진행이 덜 된 경우에는 수술 전 방사선 치료로 항문을 보존하는 괄약근 수술을 한다. 이 경우에는 다소의 불편함이 있지만 항문 배변기능이 회복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그 외는 어려운 편이다."

-절개를 최소화 하는 수술도 가능하다던데.
"암이 점막층에만 있으면 내시경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복강경과 로봇수술이 보편화돼 전국 여러 병원에서 복강경 최소침습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암이 커지고 진단이 늦어져서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직장암이나 결장암의 진단이 늦어져서 장폐색 등이 발생하는 경우 장천공이 되거나 복막염이 돼 생명이 위독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