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통신 3사 광고 전쟁이 시작됐다. 올해도 속도 경쟁이 눈에 띈다. ‘2배보다 빠른 것은 3배다’, ‘가장 넓은 광대역을 따르라’며 제각기 소비자 환심 사기에 열심이다.
이 가운데 SK텔레콤(SKT)은 사뭇 다른 전략을 택했다. “넌 몇 배 빠른 LTE야?”라는 질문에 되려 “그런 걸 알아야 해?”라고 받아친다. 통신사 광고와는 무관해 보이는 ‘잘생겼다’ 구절이 반복되는 광고 삽입곡도 화제다.
올해 창립 30년을 맞이하는 SKT는 최근 이 같은 독특한 콘셉트의 광고로 화제를 불러오고 있다. 광고를 만든 주인공은 SKT 자회사 SK플래닛의 임정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44)로, 2008년 SK플래닛에 입사한 이후 ‘T요금제’ 등 SKT 광고 다수를 제작한 경력이 있다.
지난 27일 SK플래닛 본사에서 만난 임CD는 이번 광고의 슬로건인 ‘잘 생겼다’에 대해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잘 만들어진, 잘 탄생한 서비스를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계속되는 통신 업계 속도 경쟁을 탈피하고 싶었다”며 “통신 속도, 통화 품질 등 SKT 서비스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광고를 살펴보면 ‘잘생겼다’는 SKT 서비스에 대한 자기 칭찬의 의미를 담고 있다. SKT 이용자라면 광대역이 무엇인지 머리 아프게 고민하거나(광대역이 뭐니 편) 스팸 문자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스팸 스미싱 편)는 뜻이다. 임CD는 “어려운 통신 용어를 곁들어 소비자를 설득했던 통신업계 광고에서 벗어나 역발상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광고에 대한 반응은 크게 갈린다. ‘신선하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는 반면, ‘의도를 모르겠다’, ‘톱스타 모델에 의존한 광고다’는 평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다양한 해석과 반응이 나오는 그 자체로 만족한다”며 “기술적으로 손이 많이 간 광고도 ‘웰 메이드’라 할 수 있지만, TV 밖 일상생활에서 이야깃거리가 되는 광고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SKT는 LTE-A 서비스 광고의 슬로건으로 ‘넓고 빠른 LTE-A’를 채택했다. 속도를 강조하는 업계 분위기에 편승했지만, 소비자 인지도는 낮은 편이었다. 경쟁사 슬로건과 이렇다 할 차별점을 두기도 어려웠다.
화제를 불러오면서도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을 찾던 도중 ‘잘 생겼다’가 탄생했다. 1년 전 3인조 남성 인디밴드 갈릭스가 발표한 ‘잘생겼잖아’를 편곡해 광고 삽입곡으로 사용했다.
임CD는 “처음 광고 시안이 나왔을 때, 회사 내부에서 ‘너무 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며 “SKT 자체 조사 결과, 광고 돌출도(광고에 눈에 띄는 정도)가 높게 나와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배우 이정재, 전지현이 등장하는 이번 광고는 사전 콘티(촬영 대본) 없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CD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이끌어내기 위해 춤, 표정, 연기 등을 전적으로 두 배우에게 맡겼다”며 “두 톱스타가 꾸미지 않은 목소리로 부른 노래나 어설프게 춘 춤이 광고의 맛을 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여름 SK플래닛에 합류한 임CD는 다소 늦은 나이에 광고에 입문했다.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 과정을 밟던 서른 살 무렵, 광고 제작에 대한 막연한 흥미를 느끼고 그 길로 학업을 그만뒀다. 이후 작은 기획사에서 카피라이터라는 새로운 진로를 찾았다. 임CD는 “광고가 시청자에게 성가신 대상이 아니라, 보고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