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인 ‘갤럭시라운드’를 9일 공개했다. 올 9월 말 ‘갤럭시노트3′을 내놓을 무렵부터 소문이 났고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10월 초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 약속을 지키려는 듯 발표날짜도 10월9일로 잡았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유리 대신 팔랑거리는 플라스틱 필름 위에 직접 빛을 내는 OLED 유기물질을 하나씩 집적(集積)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화면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비슷한 무렵 만들었고 디스플레이 자체는 LG디스플레이가 먼저 발표했으나, ‘세계 최초 제품’이란 꼬리표는 삼성이 갖게 됐다.
‘갤럭시라운드’의 특징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썼지만 화면이 휘어지는 게 아니고 스마트폰 자체가 휘어져 있는 디자인이다.
삼성전자는 9일 “세계 최초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휘어진 화면)를 탑재한 커브드(curved) 스마트폰”이라고 밝혔다. 갤럭시라운드의 디스플레이 패널 자체는 휘어지지만 스마트폰 완제품 형태에서는 배터리나 메인보드, 케이스를 구부릴 수 없고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강화 유리도 아직은 스마트폰에서 뗄 수 없다.
대신 화면과 스마트폰의 모양을 비교적 자유롭게 성형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디스플레이 자체는 유연하기 때문에 떨어져도 강화 유리가 깨질 뿐 디스플레이가 손상될 위험은 상대적으로 적다. 삼성으로서는 강화유리에 밀착해 성형하는 아몰레드의 특성상 잘 깨지는 ‘설탕 액정’ 오명을 벗게 됐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휘어지는’이 아니라 ‘휜’ 디스플레이인 셈이다. 따라서 제조사들이 이 화면으로 어떻게 생긴 제품을 내놓을지가 큰 관심거리였다.
갤럭시라운드는 애초 바나나처럼 위·아래 방향으로 곡면이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실제 제품은 좌우(左右)로 곡선을 주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곡률이 400R, 즉 반지름이 400mm인 원통의 일부를 잘라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나오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최대한 굽힐 수 있는 곡률은 이 정도라고 하니 거의 최대로 휘어서 성형한 것이다.
하드웨어 자체는 갤럭시노트3와 똑같은 스냅드래곤 800 프로세서와 3GB 메모리, 5.7인치 화면인데 양 옆을 구부려서 더 편하게 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S펜은 빠진다. 얼굴에 닿았을 때 어떤 느낌을 주는지는 직접 써 봐야 판단할 수 있다.
제품은 전체가 휘어져 있지만 배터리는 일반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평평하다. 갤럭시노트3과 디자인은 닮았지만 메인보드나 폼팩터 설계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용량은 2800mAh로 갤럭시노트3보다 조금 적다. 무게도 10%정도 가볍다.
화면을 휘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쓸 것인지가 중요하다. 삼성은 동작인식 센서를 활용한다. ‘라운드 인터랙션’이라는 효과로써 테이블 위에 올려둔 갤럭시 라운드를 왼쪽 오른쪽으로 기울이면 날짜, 시간, 부재중 통화, 배터리 잔량 등의 정보를 보여준다. 버튼이 아니라 제품을 누르는 것으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또 터치위즈 런처 홈 화면 페이지를 넘길 때 곡면을 활용해 하나의 원통 이미지를 돌리는 것 같은 화면 전환 효과도 넣었다. 이른바 ‘라운드 비주얼 이펙트’이다.
삼성전자는 “10월 10일부터 SK텔레콤을 통해 갤럭시라운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LTE 어드밴스드와 1.8GHz 광대역LTE를 이용해 150Mbps의 통신 속도를 낸다. 출고가는 108만9000원으로, 갤럭시노트3(106만7000원)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