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배우 전도연씨가 영국 런던 패션위크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16일(현지 시각)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의 패션쇼에 참석하기로 한 전씨는 이날 버버리의 코트와 가방을 착용한 채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인터넷에는 전씨의 사진이 담긴 출국 기사가 수십개 올라왔고, 몇몇 블로그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씨가 착용한 옷과 가방의 상품 정보를 담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배우 전도연씨. 영국 브랜드 버버리의 코트와 가방을 착용했다.

전씨와 같은 연예인들이 출입국할 때 공항에서 착용하는 의상과 액세서리 등 ‘공항 패션’이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일부 연예인이 착용한 옷은 열렬한 호응을 받으며 완판(출고된 물량이 모두 판매된 상황을 표현하는 신조어)되기도 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항 패션은 연예인이나 전담 스타일리스트의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하기보다는 한편의 잘 짜여진 간접 광고(PPL)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도 버버리와의 계약을 통해 해당 옷과 가방을 착용하고 출국길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공항 패션 등을 통한 PPL은 주로 두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예인이 특정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단발성으로 해당 제품을 착용해 언론에 노출시키는 방식과 연예인이 브랜드의 전속 모델로 활동하면서 PPL을 함께 하는 경우다.

단발성 PPL은 연예인의 소속사와 패션 브랜드가 홍보 대행사를 끼고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속사 측에서 홍보 대행사에 “이번에 A가 출국하는데 입힐만한 게 있느냐”고 묻기도 하고, 패션 브랜드쪽에서 먼저 대행사를 통해 PPL해줄 만한 연예인을 물색하기도 한다.

지난 2010년 배우 장동건, 고소영 커플이 신혼여행길에 공항 패션을 선보였다. 당시 이 커플이 착용했던 의상과 액세서리는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매출 신장에 기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 이 같은 PPL을 대행하는 업체는 10여개가 있다. 스타일리스트 정모씨가 운영하는 I사가 대표적인 대행 업체다.

패션 업체들은 연예인이 단발성 PPL을 할 때 브랜드로부터 받는 금액이 보통 300만~500만원 사이에서 책정된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의 유명세도 금액을 결정짓는데 영향을 미치지만, 브랜드 측에서 제시하는 조건이 많을수록 금액이 더 올라간다”면서 “‘어떤 게이트로 나와 어딜 지나가달라’는 등의 구체적인 동선까지 주문하는 경우에는 해당 연예인에게 1000만원까지 준다”고 말했다.

전도연씨의 소속사 매니지먼트숲은 전씨가 버버리의 의상ㆍ액세서리 PPL을 하고 받은 광고비의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전씨와 같은 ‘A급 스타’들이 특정 브랜드의 초청을 받아 며칠 스케줄로 출국하는 경우 광고비가 1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째 버버리의 한국 대표 자격으로 영국을 방문한 전씨는 출국 당시는 물론 영국 런던 현지에서도 버버리 의상을 착용한 모습이 여러 차례 노출됐다.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을 한번 외국에 데려가면 여행 일정 내내 화보와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홍보 효과가 대단하다”면서 “업체에서 연예인의 사진을 아예 보도자료 형태로 만들어 언론사에 뿌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배우 전도연씨가 출국 길에 착용한 버버리 코트를 소개한 두 인기 블로그의 게시물. 제품을 소개한 글 내용(빨간 밑줄)이 거의 일치하며 사진도 같다. 두 블로그 모두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버버리 공식 사이트의 링크를 올려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행사는 언론 뿐 아니라 파워블로거(방문자 수가 많고 영향력이 큰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도 연예인의 의상ㆍ액세서리 착용 사진과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상품 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블로그에 접속해 해당 제품의 이름과 가격을 알아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인기 많은 몇몇 블로그에서 연예인의 공항 패션에 대해 거의 같은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패션 홍보 대행업체 I사 관계자는 “연예인들은 보통 단발성 PPL을 한 뒤에는 착용했던 의상과 액세서리를 대행사에 다시 반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예인이 특정 패션 브랜드와의 친분 관계로 인해 돈을 받지 않고 PPL을 해줄 경우, 광고비 대신 해당 제품을 갖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발성 PPL은 공항 패션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등 매체를 통해 이뤄지기도 한다.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방송 예능 프로그램의 전 출연진에게 자사에서 제작한 올림픽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혔다. 패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휠라코리아가 연예인들에게 지불한 광고비는 약 5억원 정도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통상 연예인 1명이 특정 브랜드의 옷을 입고 1시간짜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경우 받는 금액은 5000만원선에서 책정된다”고 전했다.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인기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출연진들에게 자사 제품을 입혀 광고 효과를 노렸다.

한편 PPL이 단발성이 계약이 아닌 전속 모델과의 장기 계약을 통해서 이뤄지는 사례도 있다. 패션 브랜드에서 애초에 연예인과 전속 모델 계약을 맺을 당시 “출국할 때 우리 제품을 착용해달라”는 계약 조건이 포함되는 식이다. 지난해 9월 사만사타바사 전속 모델로서 한국을 방문한 호주 출신 모델 미란다 커가 입국 당시 사만사타바사 가방을 들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