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인터넷 검색 시장의 75%를 점유한 '인터넷 공룡'으로 변모하면서 발생한 각종 폐해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적 현안으로 부상했다.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네이버가, 이젠 벤처 생태계를 교란하고 망치는 주범으로 지목될 정도다. 정치권과 정부는 네이버의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이른바 '네이버법(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의 폐해를 어떻게 막고 해결해야 할까. 학계·벤처업계·정부·정치권 등 각계 전문가 15인의 의견을 들었다.

①독과점(獨寡占) 사업자 지정해야

전문가들은 네이버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 것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았다. 독과점 사업자로서 불공정 거래 행위를 못 하도록 정부가 감시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선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이 50%인 SK텔레콤에 대해서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업체는 예외로 빠져 있다. 전화보다 더 중요해진 인터넷을 방치하는 현행법의 허점이란 지적이다.

그래픽=이철원 기자<b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 검색 시장은 '네이버에 장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매우 심각하다"면서 "독점에 따른 부작용이 국민 전체에게 미치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도 "포털은 시장의 가격 측정에까지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손윤환 다나와 대표는 "미국 정부는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통신업체 AT&T를 강제 분할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②경영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켜야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대표이사는 판사 출신인 김상헌 사장이다.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이해진씨는 이사회 의장으로, 책임은 회피하면서 경영 실권(實權)을 장악하고 있다. 이 의장이 CEO로 전면에 나서 책임 있는 경영을 하든지, 전문경영인에게 실권을 주고 주주로서만 활동하든지 선택하라는 것이다.

컴닥터119의 이병승 대표는 "이 의장이 실권을 갖고 경영하고 싶으면 CEO로 전면에 나와서 해야지 지금처럼 숨어서는 안 된다"며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려면 경영에서 물러나 최대 주주의 지위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균 전(前)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외부 목소리가 이해진 의장 등 최고 경영층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며 "이 의장이 대외 활동 등을 통해 외부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③검색 정보와 광고 분리 강제해야

네이버가 돈 받고 판매하는 광고와 검색 정보를 확실하게 구분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데도 전문가 대부분이 동의했다. '여름휴가지 추천'을 검색하면 15개 사이트가 뜨는데 모두 네이버에 돈을 낸 업체다. 미국 정부(연방거래위원회)는 구글·야후 등에 "소비자가 광고와 검색 결과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하라"며 "광고는 배경색을 다르게 하고, 별도 상자 처리를 한 뒤 '광고(Ads)'라고 표시하라"고 규제한다.

우리 정부도 검색 정보와 광고 분리 문제에 대한 세부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문철(스스로닷컴 대표) 변호사는 "성형외과를 검색하면 소비자는 가장 위에 나온 사이트가 가장 솜씨 있는 병원이라고 생각하는데, 돈을 가장 많이 낸 병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윤현 미래부 인터넷정책국장은 "검색 연구반을 가동 중이며, 10월까지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④불법 콘텐츠 방치 시 민·형사 책임 지워야

음란물과 불법 상거래 행위, 자살·마약 등 유해 정보를 방치했을 때 책임을 강하게 지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네이버에서 초등학생이 음란물 카페를 만들고, 살인 청부 업체가 검색 광고를 하고, 술·담배·의약품과 같은 인터넷 판매 금지 품목이 공공연하게 팔리지만, 네이버가 처벌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현행법(저작권법 102조, 정보통신망법 44조 등)에 광범위한 포털의 면책 조건을 정해놨기 때문이다. 저작권 침해물이 유통돼도 네이버는 사후에 인지한 시점에 삭제하면 죄가 없다. 명예훼손 글이 올라와도 마찬가지다.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사용자가 신고해도 이틀, 사흘씩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다 모니터링할 수는 없다'고 항변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포털에는 미성년자도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포털이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나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⑤온라인판 중소기업 적합 업종 선정, 검색 대기업의 진출 막아야

오프라인 산업에선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선정,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 '골목 상권'을 보호한다. 온라인 골목 상권도 같은 방식으로 지키자는 의견이 많았다.

이금룡(옥션 창업자) 코글로닷컴 회장은 "네이버 입장에선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우리가 하면 다 먹을 수 있고, 중소 업체보다 더 잘해서 고객도 좋아하는데 왜 남 주느냐'는 생각일 것"이라며 "이런 논리는 벤처기업과 인터넷 다양성을 죽인다"고 말했다. 네이버 출신인 신창균 퓨쳐스트림 대표는 "네이버 문제는 벤처가 도전할 수 있는 분야를 막아버린다는 점"이라며 "네이버와 일대일로 경쟁해 이길 수 있는 벤처는 없다"고 말했다.

⑥원본(原本)이 우선 노출돼야

네이버가 검색 결과에서 자체 콘텐츠를 먼저 드러내다 보니, 원본 글은 '불펌(불법 퍼나르기)'된 네이버의 블로그와 카페, 지식인 등에 밀려 잘 노출되지 않는다.

한문철 변호사는 "무분별한 저작권 침해 글은 삭제하고 원본을 먼저 노출하는 등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는 "업계에선 네이버를 '유사(類似) 검색 엔진'이라고 부른다"며 "검색 엔진처럼 생겼지만 결국 자기들 콘텐츠만 먼저 보여줘, 검색의 기본인 평등한 노출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⑦콘텐츠에 적정 대가 제공하도록 표준 계약서 만들어야

네이버는 독과점적 지위를 악용, 출판·음악·영화 등 중소 콘텐츠 업체와 계약 시 헐값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불공정한 갑을(甲乙) 관계의 헐값 계약을 막기 위해 공정위가 합리적인 '콘텐츠 제공 표준 계약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기호 출판문화연구소장은 "네이버가 잡지 기사 16편을 싣는 대가로 제시한 금액이 편당 10만원에 불과하다"면서 "목숨 걸고 콘텐츠를 만들면 거저먹겠다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금룡 회장은 "네이버가 온라인에선 모든 콘텐츠를 공짜로 만들어버린 것도 문제"라며 "앞으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려면, 이용자들이 돈을 내고 콘텐츠를 보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도움 말씀 주신 분들(가나다 순)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김철균 전(前)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박윤현 미래부 인터넷정책국장, 손윤환 다나와 대표, 송재희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신창균 퓨쳐스트림 대표, 이금룡 코글로닷컴 회장(전 옥션 창업자), 이병승 컴닥터119 사장,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한기호 출판문화연구소장, 한문철 변호사(스스로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