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이 7개월 연속 1%대에 머물며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으로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일반 국민은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로 표현되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표 물가(물가 상승률)와 체감 물가의 괴리가 발생하는 까닭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올해는 물가가 별로 안 올랐다 치더라도 재작년에 이미 물가가 많이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물가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올 들어 4월까지 물가는 1.3%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11년엔 물가가 4% 상승했고, 작년에는 2.2% 올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11년에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그 수준만 유지해도 소비자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둘째,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실생활과 밀접한 품목 가격이 많이 올랐다. 통계청이 채소·과일·생선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1개 품목으로 작성한 올해 5월까지 신선식품지수는 2010년보다 12.3% 올라, 같은 기간 전체 물가 상승률의 2배에 달했다. 집세도 전세 가격 상승에 따라 2010년보다 11% 상승했다. 지난해는 물가 상승률은 2.2%에 그쳤지만, 신선식품지수와 전·월세 물가지수 상승률은 각각 5.8%, 4.1%에 달했다. 그러나 두 가지 품목이 전체 물가지수에 반영되는 비중은 각각 4%, 9%에 불과하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3년간 가계소득은 별로 증가하지 않았는데 체감 생활비가 늘어났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