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베 부비에 대표. 사진=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그루밍족(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 덕에 남성화장품이 여성화장품 시장보다 상황이 더 좋습니다.”

최근 해외 유명 고급화장품 업체들의 매출이 부진하다. 하지만 에스티로더 컴퍼니스 그룹의 한국 지사, 엘카 코리아의 에르베 부비에 대표는 오히려 남성화장품 시장과 틈새 브랜드의 성장에 주목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과 프랑스 남자들이 괜찮다고 하는 제품도 한국 남성들은 보완할 점을 회사에 요구하는 등 한국 남성 소비자들의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에르베 부비에 대표는 1990년부터 23년간 화장품과 살아온 전문가이다. 처음에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자동차 분야에서 2년 일했지만, 신제품 나오는 속도가 보다 빠른 화장품 업계에서 마케팅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로레알 그룹에 합류했다. 로레알 그룹에서 14년 동안 일하다 2004년부터 새로운 도전을 위해 에스티로더 컴퍼니즈로 옮겼다. 그는 싱가포르 크리니크 아시아 면세 총괄 사장, 에스티로더 브랜드 아시아 태평양 사장을 지낸 후 2010년부터 에스티로더 컴퍼니즈 코리아, 엘카 코리아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에르베 부비에 대표 또한 사실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남자를 일컫는 그루밍족 중 한명이다. 하루동안 여러가지 화장품을 사용한다. 그는 샴푸는 아베다의 인바티, 샤워할 때는 크리니크의 페이스 스크럽·비누·알로에 쉐이빙 젤을, 이후 랩시리즈의 워터로션·달팡의 인트랄 세럼·에스티로더의 어드밴스드 나이트리페어·라메르의 소프트크림·에스티로더 아이디얼리스트 세럼을 사용한다.

에스티로더 컴퍼니즈는 백화점 1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맥, 바비브라운 등 26개의 전 세계 유명 해외 화장품·향수·모발 관리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그룹이다. 그야말로 화장품 업계의 거대한 제국이다. 현재 국내에는 에스티로더, 아라미스, 랩시리즈, 크리니크, 아베다, 바비브라운, 맥, 오리진스, 라메르, 달팡, 조말론 등의 브랜드가 공식적으로 들어와 있다.

에르베 부비에 대표. 사진=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 고급화장품 매출 부진에도 ‘틈새브랜드·남성 시장’ 주목

최근 고급 화장품들의 매출이 예전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에르베 부비에 대표는 매출 부진에 대한 질문에 의외로 매일같이 받는 질문이라며 태연하게 답변했다. 그는 “한국 화장품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고급화장품 시장이 정체기에 직면했지만, 이는 1997년에도 2004년에도 경험한 것이다”며 “성숙기에 진입한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흔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어하고, 거기에 경기마저 안 좋으면 저렴한 브랜드를 시도해보려 한다”고 진단했다.

에르베 부비에 대표는 “우리는 최상의 질과 서비스를 유지하고 신선함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새로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이라며 “과거에도 그랬고 결국 소비자들은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에스티로더, 바비브라운, 맥과 같이 거대 브랜드의 경우 그동안 너무 잘돼 기저효과로 정체기를 겪는 것이지 여전히 매출 규모는 크다”며 “이는 성숙된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오히려 조말론, 아베다, 달팡, 라메르와 같이 틈새시장을 노리는 브랜드와 랩시리즈 등 남성 상품의 성장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작년 8월 엘카코리아가 론칭한 향수브랜드인 조말론은 현재 런던에서 비행기로 급하게 공수해야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 에르베 부비에 대표는 “유럽에서는 향수시장이 화장품 시장보다 크지만, 그동안 한국에서는 화장품 시장에서 향수가 차지하는 부분은 5% 정도였다”며 “조말론의 성장은 향수시장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트렌드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에르베 부비에 대표. 사진=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 팝업매장‥브랜드 연령대 낮추는데 효과적

1948년 미국 뉴욕의 백화점에 처음 입점하며 시작된 에스티로더 컴퍼니즈 그룹은 줄곧 백화점 브랜드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엘카코리아 자체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백화점만 고집하던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조말론 등은 최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팝업매장을 여는 등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고 있다.

에르베 부비에 대표는 “최근 젊은 고객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어하지만, 백화점에는 잘 안 간다”며 “팝업매장은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광고 효과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에스티로더 컴퍼니즈 그룹의 브랜드가 오랜 역사로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쓰는 화장품으로 아는 소비자도 있는데, 팝업매장은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연령대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아직 에스티로더 컴퍼니즈 그룹에 속한 26개의 브랜드 가운데 한국에 공식적으로 소개된 브랜드는 10개뿐이라 앞으로 어떤 브랜드가 론칭될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에르베 부비에 대표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가장 빨리 만나볼 가능성이 있는 것은 톰포드의 화장품과 향수들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톰포드는 현재 일본에서는 론칭됐다. 그는 “일본 시장에서 톰포드의 성과를 분석한 후 계획해 빠르면 2014년 말에 선보일 수도 있다”며 “아직 기약 없지만 범블앤범블, 스매쉬박스와 현재 일반라인만 나와있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향수의 고급라인 등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르베 부비에 대표. 사진=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 티 안나는 화장 좋아하는 한국인, 피부관리 화장품은 제일 많이 써

에르베 부비에 대표가 한국에서 대표직으로 활동한 지도 만 3년이다. 그가 본 한국인들만의 화장법은 어떨까.

그는 “일본을 포함해 다른 국가의 경우 자기 본연의 모습을 가리고 아예 다른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한다”며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지닌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더 나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화장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이어 “흥미로운 것은 안 한듯한 화장을 지향하는 한국 소비자들은 일본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화장품 수를 가지고 있다”며 “피부관리 화장품으로만 따지면 한국 소비자가 가장 많은 화장품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르베 부비에 대표는 “한국 소비자들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타 국가 대비 높아 항상 최고를 기대한다”며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사전 반응을 시험하는 지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바비브라운 제품 회의를 할 때도 자연스러운 화장을 중요시하는 한국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고 한국을 아이콘으로 삼는다” 덧붙였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수입 화장품 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우리는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생각이 없다”며 “한국에서의 가격이 미국과 비교하면 조금 비쌀 수는 있지만, 그만큼 한국에서는 샘플을 많이 주고 행사도 자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