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이 직접 "공매도를 막아달라"며 기자회견을 연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 기업 셀트리온(068270). 셀트리온은 지난 1년간 코스닥기업 중 공매도가 가장 많았던 기업이다. 매매 비중으로는 9위에 해당한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되갚아 차익을 얻는 매매방법이다. 이 때문에 공매도가 많다는 것은 다수의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향후 주가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회사가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불법 공매도 세력이 개입했다는 관측이 있지만, 불투명한 회계로 의혹을 자초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17일에도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주가는 13% 넘게 급락했다.
◆ 제품은 거의 다 계열사가 사줬다
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바이오시밀러'를 개발•생산하는 셀트리온은 2008년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한 뒤 곧바로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기업 실적이 왜곡돼 있다는 일부 증권투자자들의 의혹제기를 속시원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 이유는 핵심 관계회사가 종속기업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제품 판매법인인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대상으로 3299억97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총 매출액의 94.6%에 달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매출이 관계회사를 상대로 발생한 셈이다. 하지만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분 관계로 맺어져 있지 않아 연결 재무제표 작성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으로부터 넘겨받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재고로 쌓아두고 있다는 점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결국 지난해 매출 338억원, 순손실 245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심지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은 대부분 또 다른 관계회사 셀트리온제약에 제품을 판매하는 식으로 발생했다. 제품이 돌고 도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회계를 입맛에 맞게 활용하는 기업"이라며 "셀트리온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면 매출이 제로(0)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그것을 감안하고 지분 구조를 설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측은 "회사의 역사를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각각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과 판매 위험 부담을 나누어서 지고 있다는 것. 창업 초기 셀트리온이 실패의 위험을 안고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 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판매에 대한 책임과 위험 부담만 지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 이익 규모는?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액은 3502억원, 영업이익은 1954억원이다. 순이익은 1744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4조원 안팎. 비슷한 규모의 순이익을 내는 기업에 비해 주가이익비율(PER)이 높은 편이다. 그만큼 영업이익률이 높고, 성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56%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일부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회계 전문가들은 특히 셀트리온이 막대한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3715억원의 매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손충당금을 전혀 설정하지 않았다.
대손충당금은 매출 회수가 어려워 손해가 날 것을 대비해 미리 설정해 두는 금액이다. 통상 국내 기업들은 세법 기준에 의해 정상채권에 대해서도 1% 정도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한다. 대손충당금을 설정할 경우 대손상각비라는 비용이 발생해 이익이 줄어드는 데, 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절세 효과도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대손충당금을 늘려 잡기도 한다"면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100% 돈을 받아낼 자신이 있던지 아니면 이익을 최대한 높여보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경우 매출채권이 어느정도 비율로 회수가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개별채권에 대해선 신용보강 목적으로 지급보증 및 전세권 등을 제공받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