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에선 매일 서울시내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주유소와 가장 싼 주유소를 발표합니다. 그런데 지난 20일 이 단체가 내놓은 자료엔 허점이 있었습니다. 이달 초 문을 닫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경일주유소가 여전히 리터(L)당 2490원으로 가장 비싼 주유소로 나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소시모가 데이터를 참고한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www.opinet.co.kr)을 찾아봤습니다. 이곳에도 경일주유소는 버젓이 남아 있었습니다.
경일주유소는 전국에서 기름 값이 가장 비싼 주유소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이 주유소는 이달 초 폐업을 하고 현재 오는 12월 재개장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입니다. 폐업 사실은 여러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지요.
하지만 석유공사의 오피넷에도 20일까지 경일주유소는 남아 있었고, 소시모에서 내놓는 자료에도 이날까지 경일주유소는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전국의 모든 주유소 가격을 실시간으로 집계한다고 자랑하는 석유공사도, 비싼 주유소와 싼 주유소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겠다는 소비자단체도 문 닫은 주유소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주유소' 자리를 3주나 차지하도록 그대로 둔 것이죠. 오피넷에선 21일에야 경일주유소가 목록에서 사라졌습니다.
석유공사는 최근 오피넷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며 오는 26일까지 오피넷의 애칭도 공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일주유소의 경우처럼 오피넷의 가격 정보에는 잘못된 내용이 종종 발견됩니다. 며칠 전에 올린 가격이 제때 바뀌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잘못된 정보로 낭패를 겪은 운전자라면 오피넷이 제공하는 정보를 선뜻 믿기 어려울 것입니다. 석유공사는 마케팅에 앞서 꼼꼼한 관리로 운전자들의 신뢰부터 쌓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