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심각한 스모그로 악명을 떨친 중국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 다음 개최국 영국은 런던 올림픽을 최고의 '친환경 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영국은 2007년 '지속가능한 런던올림픽 위원회'를 일찌감치 설치하고 개최 시점인 2012년을 넘어 수십 년 뒤까지 내다본 스포츠 축전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런던올림픽 주요시설 건설을 관할하는 올림픽조달청(ODA)은 그동안 줄곧 "사상 최초로 탄소 중립 친환경 올림픽으로 거듭나기 위해 탄소 감축, 건축 폐자재 재활용, 빗물재활용, 동물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한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개막이 임박하면서 이런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빈민가 재개발 폐기물 90% 다시 사용
올림픽 스타디움(주경기장)이 들어선 올림픽 파크는 친환경 올림픽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영국 정부는 외국인과 빈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런던 북동부 외곽 101만㎡ 지역에 친환경 공원을 새로 조성하고 주경기장을 지었다. 낡은 공장과 창고들로 오염된 땅에는 4000그루의 나무를 새로 심었다.
5대의 토양복원 기계가 인근 공장에서 흘러나온 기름과 타르·비소·납으로 오염된 100만㎥의 토양을 청소하면서 수달·물총새·왜가리·도마뱀 같은 사라진 동물들도 되돌아왔다. 도시 재개발로 허문 낡은 건물 220채 이상에서 나온 철골과 콘크리트 등 낡은 건축 폐기물 가운데 90%가 재활용되기도 했다.
그 위에 들어선 주경기장도 세계 최대 재활용 경기장이다. 육상경기와 개·폐회식이 열리는 주경기장의 총 8만 관람석 가운데 영구관람석 숫자는 2만5000개. 폐 가스관으로 만든 나머지 5만5000개 좌석은 올림픽이 끝난 뒤 철거할 수 있는 '임시 관중석'이다. 런던에는 이미 8만5000석 규모의 웸블리 스타디움이 있어 대규모 스타디움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만큼 자원 재활용 효과와 유지비를 줄이는 효과를 봤다.
◇건물벽 바람길, 새 휴식처…경기장 곳곳 아이디어
다른 경기장 역시 철저히 친환경성에 입각해 지었다. 한 번에 6000명의 관람객이 들어가는 사이클 경기장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자연 채광 방식을 도입했다. 또 외관을 둘러싼 목재에 바람 길을 내서 에어컨 없이도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는 자연 환기 방식을 택했다.
지붕에서 빗물을 받아 경기장 화장실 용수와 인근 나무에 공급하는 조경용수로 사용한다. 수영 종목과 다이빙 종목이 열리는 아쿠아틱센터에도 재활용 콘크리트가 사용됐다. 50m 수영장 2곳과 다이빙장 1곳에서 사용된 1000만L의 물은 화장실 용수로 재사용한다. 핸드볼 경기장 역시 사용된 철골 구조와 말뚝 100%가 재활용 제품이다.
올림픽 시설이 들어서면서 주변 동물이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디어센터를 포함해 경기장 건물 곳곳에 새와 박쥐들이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 675개를 설치했다.
이번 올림픽은 무엇보다 이산화탄소 배출과의 전쟁이기도 하다. 올림픽조달청은 올림픽 공원 옆 선수촌에 종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4%가량 적은, 또 물 사용량은 30% 적은 친환경 주택을 지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차량 통행을 줄이기 위해 건설과정에서 전체 건설 자재와 폐기물의 50%를 배와 기차로 옮겼다. 또 올림픽 시설에 공급되는 전력 20%도 바이오매스나 풍력발전기 등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할 예정이다.
◇'취지 무색' 비판도 일어
그러나 일부에서는 친환경을 추구하는 런던올림픽의 취지가 최근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개막식이 다가오면서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사회 전반의 에너지 소비 행태에 변화를 주려던 취지는 사라지고 오직 올림픽 경기 기간 동안에만 '탄소발자국(제품이 생산되고 소비되기까지 발생한 이산화탄소 총량)'을 줄이려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것.
게다가 구체적인 감축 목표도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친환경전문 사이트 인해비태트에 따르면 이번 런던올림픽 기간 중 최소 340만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영국의 연간 배출량 5억5000만t의 1%에도 못 미치는 양이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얼마나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될지 알 수 없다는 게 환경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는 런던올림픽을 보러 가는 각국 관광객들로 최소 70만t에 이르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이란 지적도 일고 있다. 이는 비행기가 뉴욕과 런던을 14만3173차례 왕복하면서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