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185.5원… 환율 연중 최고치 〈조선일보 2012년 5월 26일 A12면〉

그리스발(發) 유럽 위기 우려감으로 환율이 이틀 연속 올 들어 최고치로 치솟았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5.0원 오른 1185.5원에 거래를 마쳤다.(원화 가치 하락-달러 가치 상승) 이달 들어서만 60원 가까이 원화 가치가 떨어진 셈이다. 작년 10월 6일 1191원을 기록한 이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그리스에 이은 스페인 경제 위기로 요즘 환율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세계경제가 불안정해지면 국가별로 처한 경제 상황에 따라 그 나라의 통화 가치가 달라지게 되고, 각국 화폐 간 교환 비율인 환율도 변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환율 제도는 나라마다 달라 환율을 외환시장 상황에 맡겨 두기도 하고, 정부가 환율 변동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은 각국이 선택하고 있는 다양한 환율 제도의 종류와 장단점, 변천 추이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환율 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세계 각국의 환율 제도는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 그리고 이 둘의 중간적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고정환율제는 미(美) 달러화와 같은 특정 통화에 환율을 고정하는 페그제가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홍콩처럼 외환이 유입(유출)된 만큼 국내 통화 공급을 증가(감소)시키면서 고정환율을 유지하는 통화위원회 제도 같은 형태도 있습니다.

반면 변동환율제는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제도입니다. 여기엔 환율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자유변동환율제도와 정부가 때때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의 급변동을 완화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도 있습니다.

중간 형태의 환율 제도란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큰 폭의 환율 변동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환율 변동 허용 폭을 사전(事前)에 설정하는 밴드제, 주요 교역 상대국의 통화 가치 변동에 연동시키는 바스켓환율제, 그리고 환율이 아주 미세하게만 움직이도록 허용하는 크롤링 페그제 등 형태가 다양합니다.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는 각기 장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고정환율제의 장점(단점)은 곧 변동환율제의 단점(장점)이 됩니다.

우선 고정환율제는 급격한 환율 변동에 따른 경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환율이 크게 오르내리면 기업의 수출입 계약이나 해외 투자 의사 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무역과 투자가 위축됩니다. 또한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단가와 생산 원가가 올라 물가가 상승합니다. 특히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발달하지 못하고 대외 충격에 취약한 나라의 경우 과도한 환율 변동은 그 나라 경제를 더욱 불안하게 합니다.

하지만 고정환율제는 대내외 경제 상황이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서는 환율이 고정돼 있어 경제를 운영하는 데 불리한 점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이때 경상수지 적자가 되면 외환이 줄어들게 되는데, 변동환율제와는 달리 외환이 부족한데도 환율이 오르지 않아 수출 부진으로 만성적인 적자가 지속됩니다. 따라서 부족한 외환을 해외에서 빌려와야 하고 외채도 늘어납니다. 변동환율제의 장단점은 이와 반대로 생각하면 됩니다.

환율 제도는 어떻게 변해 왔나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1970년대 이후 변동환율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외환 위기를 전후해서는 멕시코, 태국,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도 변동환율제도로 전환했습니다. IMF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 국가의 35%가 변동환율제를, 13%는 고정환율제를, 그리고 나머지 52%는 중간 형태의 환율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환율 제도를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변경해 왔습니다. 1980년에 미국 달러화를 포함한 주요 5개국의 통화 가치 변동에 따라 원화 환율이 움직이도록 하는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도입했으나, 정부가 환율을 매일 고시하는 고정환율제에 가까운 형태였습니다. 이후 1990년 3월에 도입된 시장평균환율제 아래에서는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일일 변동 허용 폭을 정하고 이를 점차 확대해 나갔습니다. 외환 위기 직후인 1997년 12월에는 환율 변동 허용 폭을 완전히 철폐해 자유변동환율제로 전환했습니다.

그럼 변동환율제가 더 나은 제도인가요?

여러 나라가 변동환율제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고정환율제의 장점인 물가 안정 효과가 그다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둘째, 금융 자유화와 개방화 등으로 국제적인 자본 이동이 늘어나면서 고정환율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셋째, 고정환율제가 위기에 취약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멕시코 등 환율을 경직적으로 운영한 여러 신흥국이 경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달러 등 외화자산이 급속히 빠져나가 외환 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변동환율제가 모든 나라에서 항상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제학자들은 모든 나라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바람직한 환율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환율 제도 선택은 한 나라의 경제 발전 단계, 경제 구조 등 고유한 사정을 고려해 다른 거시경제 정책과 조화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고도화된 경제 구조, 발달한 금융시장 그리고 충분한 위기 대응 능력이 있는 나라는 변동환율제의 장점이 잘 발휘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환율 전쟁과 환율 제도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환율 전쟁이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은 각국이 서로 다른 환율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데에도 일부 원인이 있습니다.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크게 내고 있는 중국은 위안화 환율의 변동 허용 범위를 1~2%로 제한해 위안화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 중국이 수출하는 상품 가격이 떨어져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미국 입장에선 무역 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자유변동환율제를 사용하는 미국은 중국에 위안화 가치를 올리라는 절상(切上)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위안화 환율이 미국처럼 자유롭게 변동한다면 위안화 가치가 지금보다 올라 미국의 무역 적자가 작아질 것이고, 당연히 미국과 중국 간 환율 분쟁 소지도 줄어들 것입니다. 최근엔 중국이 위안화 환율 변동 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두 나라 간 환율 분쟁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환율 제도의 삼불원칙(impossible trinity)

어떤 환율제도라도 통화의 안정성과 국제 유동성(외화자산) 확보, 통화정책 자율성 등 세 가지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는 없습니다.

변동환율제의 경우 원활한 자본이동과 이에 따른 환율 변동으로 국제 유동성 확보와 통화정책 자율성에는 유리하지만, 환율이 경제상황에 따라 오르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통화의 안정성은 높지 못한 편입니다.

반면 고정환율제는 환율이 고정되어 있어 통화의 안정성과 어느 정도의 통화정책 자율성이 있지만, 자본 유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국제 유동성 확보에는 불리합니다. 이처럼 환율제도들이 세 가지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일컬어 환율제도 선택의 삼불(三不)원칙이라고 합니다.

퀴즈

한 나라가 환율을 외환시장에서 자유로이 결정되도록 하되, 환율이 급변동할 때 외환 당국이 개입해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환율제도를 '○○○○환율제도'라고 합니다.

▲응모 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6월 13일(수) 오후 5시 마감, 6월 15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 메자닌〉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강지희 김미숙 김상혁 김혜영 문숙희 문영원 박지언 박현미 배정숙 신세준 심승미 안병한 양성일 양햇살 이선옥 이수경 이현주 장삼덕 전소희 정경자 정준범 조아라 최종기 한인식 함종분)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기사 문의는 (02)3771-0631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