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화 및 금융체제의 신질서' 국제 콘퍼런스 〈조선일보 2011년 11월 3일 B6면〉
이른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으로 불리는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도 논쟁의 대상이 됐다. 11월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에서는 28개 글로벌 대형 금융사를 SIFI로 정하고 이에 대한 규제 권고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됐습니다. 리먼 브러더스의 경우에서 보듯 대형 금융회사들이 과도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경영을 펼치다 급속히 부실화되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부실은 순식간에 국경을 넘어 확산되면서 선진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를 경제침체에 빠뜨렸습니다. 이렇게 되자 G20을 중심으로 한 각국 정상들과 국제기구들은 대형 금융회사들의 부실로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 걸쳐 중요한 금융회사들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로 선정하고 이들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키로 합의했습니다. 오늘은 SIFI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SIFI를 정하는 이유는 뭘까요
2008년 금융위기에서 경험했듯, 일부 대형 금융회사에서 시작된 부실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침체까지도 초래합니다. 한 금융회사가 금융시스템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파산이 가져오는 충격은 더 커지게 됩니다. 이럴 경우 정부가 개입해 망가진 금융회사를 되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공적자금에 의한 구제금융이라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대형 금융회사들이 부실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게 되는 대마불사(大馬不死)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런데 구제금융을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결국 납세자의 부담으로 막게 되죠. 국가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구제금융이 빈번하게 시행되면 금융회사의 경영진은 큰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높은 수익을 내는 즉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정부가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도덕적 해이가 생기는 거죠. 이 때문에 평상시에 금융회사들이 부실해지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0과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규모가 크고 금융시스템상에서의 중요성이 높아 파산시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는 금융기관을 SIFI로 지정하고 평상시에 이들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SIFI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요
그러면 SIFI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우선 SIFI는 세계경제 차원에서 시스템적 중요성이 높은 G-SIFI(Global SIFI)와 한 국가 내에서 시스템적 중요성이 높은 D-SIFI(Domestic SIFI)로 구분됩니다. 현재까지 G-SIFI 중 국제적으로 중요성이 높은 은행(G-SIBs)을 선정하기 위한 기준은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각 국가가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 D-SIFI의 기준을 정한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G-SIBs는 어떻게 정할까요? 5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첫째, 은행의 국제적인 영업 수준을 고려합니다. 한 은행이 자국을 벗어나 다른 국가에서 수행하는 영업활동이 많을수록 그 은행의 파산이 국제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효과는 더욱 커집니다. 그래서 은행의 해외부채나 해외자산 규모가 고려대상입니다.
두 번째는 은행의 규모입니다. 한 은행의 영업활동이 전 세계 은행들의 영업행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수록 해당 은행의 부실이 전 세계 금융시스템에 손실을 끼치게 될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은행의 규모는 그 은행의 시스템적 중요성을 평가하기 위한 핵심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해당 은행이 갖고 있는 다른 금융회사들과의 상호연계성을 측정합니다. 한 금융회사가 다른 금융회사와 재무 또는 영업행위 등을 통해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경우 한 금융회사의 부실은 다른 금융회사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다른 금융회사와의 상호연계성이 높은 은행일수록 그 은행이 가지는 시스템적 중요성은 높다 할 수 있죠. 다른 금융회사와 맺고 있는 자산 및 채무관계의 규모가 상호연계성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쓰입니다.
네 번째 고려 요소는 은행 업무의 대체가능성입니다. 예를 들어 은행은 다양한 실물 또는 금융거래에 수반되는 금전의 지급이나 결제, 채권이나 주식 등의 융통과 같은 업무들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업무들이 특정 은행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면 해당 은행이 부실해져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 이를 대체할 서비스를 찾기 위한 고객들의 어려움이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한 은행이 수행하는 업무의 대체가능성이 낮으면 낮을수록 그 은행이 갖는 시스템적 중요성은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려되는 요소는 영업행위나 운영상의 복잡성입니다. 은행의 영업 및 사업구조가 복잡할수록 은행이 부실해질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이나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게 됩니다. 즉 복잡한 사업구조나 영업방식을 가진 은행일수록 도산이 금융시스템에 가져올 충격은 더 커집니다. 이런 의미의 복잡성은 은행이 가지고 있는 장외파생상품이나 현재 가치의 계산이 어려운 자산들의 규모를 통해 평가하게 됩니다.
지난 11월 FSB는 이러한 다섯 가지 요소에 따라 선정된 29개의 G-SIFI를 발표했습니다. 씨티그룹, 도이치방크, 골드만삭스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국제적인 대형 금융회사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내 금융회사는 한 곳도 선정되지 않았습니다.
SIFI는 어떠한 규제를 받나요
대형 금융회사들의 부실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이 평소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들은 영업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흡수하기 위해 적정 비율의 자본을 유지합니다.
G-SIFI의 경우엔 일반 금융회사들에 요구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자본비율이 요구됩니다. 은행의 경우 자본이 보통주, 우선주, 후순위채권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는데, G-SIFI는 이중 회사의 손실 흡수력이 가장 뛰어난 보통주의 비율을 일정 수준만큼 유지해야 합니다. 보통주가 손실흡수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금융회사의 부실을 메우는 용도로, 다른 자본보다 더 쉽게 전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선주, 후순위채권은 다른 사람들이 권리를 일부 갖고 있어 금융회사가 마음대로 쓰기 어려운 자본입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우 아직까지 국제적인 규모나 영업범위가 비교적 작아 앞으로도 G-SIFI로 선정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그러나 국가별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 D-SIFI 규제가 국내에서도 마련되게 될 경우 국내 금융회사들도 손실 흡수력이 높은 보통주 자본의 비율을 현재보다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금융안정위원회(FSB·Financial Stability Board)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국제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1999년 G7 국가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의 주도로 만들어진 금융안정포럼(FSF)이라는 협의체를 계승한 것으로, 2009년 런던 G20 정상회의 직후 설립되었습니다. 현재 G20 국가 및 기존 FSF 회원국, 유럽위원회가 구성원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0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금융규제 개혁안 수립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FSB 회원국입니다.
◆퀴즈
파산했을 경우 전 세계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금융회사를 영어 약자로 OOOO라고 합니다.
▲응모 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12월 21일(수) 오후 5시 마감, 12월 23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CB〉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김기훈 김명우 김용점 김주영 김지연 김필수 박동원 박미경 송정화 오미숙 유상근 유용남 유희정 이미숙 이상범 이신형 이영미 이웅천 이은정 이종관 정혜선 조동진 주미영 주원영 황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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