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시장은 경기사이클의 바닥을 확인하기 전까지 주도업종 없이 종목별 순환매 장세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
며칠 전 한 증권사에서 나온 경기전망보고서의 일부분이다. '순환매 장세가 계속된다'니 무슨 뜻일까.
◆놓친 버스에 손 흔들긴 싫어
순환매는 시장에서 매수 분위기가 살아날 때 발생한다. 투자자는 주식을 사긴 사야겠는데 시장을 주도하는 강한 업종이나 종목이 없어 어떤 주식을 사야하나 고민할 때 흔히 나타난다.
투자자는 처음에 그동안 많이 떨어진 주식, 실적 등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낮은 억울한 주식에 대거 몰린다. 그러면 한 발 늦은 투자자들이 투자해볼까 결심했을 때 그 종목이나 업종은 이미 꽤 올라있는 상태가 된다. 그렇다고 이들이 투자를 포기할 리 없다. 살아나는 장세에 편승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 발 늦은 타이밍을 어떻게든 만회하기 위해 아직 오르지 않았지만 유망한 다른 주식을 찾아 움직인다.
이들이 덜 알려졌지만 역시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업종이나 종목을 발굴해 내면 장에는 새롭게 뜨는 주식이 또 하나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제 두 발 늦은 투자자들이 시장이 들어오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시장 안에서 대거 오르는 종목이나 업종이 순환하게 된다.
즉 시장이 살아나면서 어딘가에 투자는 하고 싶은데 마땅한 주도 종목이 없는 상황에서 '갈 곳 잃은 돈'들이 투자를 위해 돌고 도는 상황을 말한다. 가령 최근 제약주가 일제히 올랐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전형적인 순환매로 인한 상승으로 분석한 바 있다.
놓친 버스에 손 흔들고 싶지 않은 투자자가 이성적으로 선택한 결과다.
◆투기와 순환매 구분하기
순환매는 투자심리가 좋고 투자자금이 많이 유입된다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 대한 전망이 밝다거나 금리가 낮을 때 순환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한편 순환매 상황처럼 보이는데 순환매가 아닌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모든 업종과 종목이 일제히 오른다면 이는 단순히 투기심리가 극성을 부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에는 한꺼번에 모든 업종이 오르지, 순환매처럼 업종이 돌아가며 오르지 않는다. 또 어느 순간 한꺼번에 폭락할 수 있다.
순환매 장세를 구분하는 또 한 가지 팁. 악재가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소외된 업종이나 종목이 있다면, 이는 오히려 장세가 순환매 과정을 겪고 있음을 알리는 긍정적인 신호다. 순환매는 기업의 건전성을 보고 투자하는 이성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가령 최근에는 IT 업종이 소외됐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우려감 때문이다. 그러다 2일 미국 ISM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소식에 이날 IT 업종은 일제히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ISM지수의 세부항목을 보면 IT 업종의 완연한 회복은 아직 기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뒷북 치지 않으려면
증시에 많은 지식을 갖추지 않은 투자자라면 순환매 장세 속에서 내내 주식 고수의 뒷북만 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건전성을 갖춘 기업임에도 저평가된 주식들을 찾아 매수한 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라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