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더라.'
지난 12일 상장한 삼성생명을 이르며 투자자들이 하는 말이다. 삼성생명은 공모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부터 국내 주식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다. 주관사 선정부터 청약, 상장에 이르기까지 여의도 증권가의 관심이 줄곧 쏠렸다. 상장 후 시가총액 4위로 뛰어오를 만큼 대어(大漁)인 데다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대주주인 만큼 그룹 지배구조의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도 컸다. 장외 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이 주당 150만원(액면분할 전)을 훌쩍 넘겨 거래되기도 했다.
서울 강남의 부유층 사모님들은 수억원의 사모펀드를 구성, 삼성생명에 투자하기도 했고 장외시장에서는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단 한 주라도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편법거래가 난무하기도 했다.
'거품'과 '과열'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투자자들의 '삼성생명 사랑'은 끝이 없었다. 결국 삼성생명은 19조8444억원이라는 역대 최대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국내 최대 규모의 공모주 청약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삼성생명은 상장 후 주가가 곤두박질 치며 공모가(주당 11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상장 후 지난 13일과 18일 이틀을 제외하고는 6거래일 동안 하락하며 24일 주당 10만2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공모가보다 7%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1주라도 더 공모주를 배정받으려고 적금까지 해약했던 투자자들은 "허무하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와 맞물려 삼성생명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증시 상황이었다고 얘기하지만, 삼성생명과 일주일 차이로 상장한 자동차부품회사 만도와 비교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만도는 유럽 재정위기로 코스피가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서도 상장 사흘 만에 공모가(8만3000원)보다 약 28% 올랐다.
만도와 삼성생명이 다른 행보를 보이는 데는 초기 책정된 공모가가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생명은 워낙 관심이 집중되고 장외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된 만큼 다른 금융주에 비해 공모가가 월등 높게 책정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던 만도는 공모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낮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상장 후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형성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