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골드만삭스 사기혐의로 피소〈조선일보 2010년 4월 19일자 B1면〉

SEC는 골드만삭스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를 기초자산으로 한 투자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판매하면서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중요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CDO는 여러 개의 주택담보대출을 묶어서 만든 고위험·고수익 파생상품으로, 미국의 집값이 급락하면서 CDO가 부실화돼 월가의 초대형 투자은행을 거꾸러뜨리는 주범이 됐다. SE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2006년 중반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인 폴슨앤드컴퍼니(Paulson & Co)를 CDO상품 설계와 마케팅에 참여시켰다. 당시 폴슨앤드컴퍼니는 CDO상품의 가치가 하락할 때 수익을 챙기는 쪽으로 투자했으며, 골드만삭스도 이를 알고 있었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부채담보부증권'을 설명하기 전에 '자산유동화'라는 개념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자산유동화란 한마디로 여러 개의 자산을 담보로 유가증권을 발행해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전세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과 비슷한 원리지요.

전세 세입자는 자신이 나중에 돌려받을 '전세금'을 담보로 돈을 빌립니다. 자산유동화의 경우엔 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여러 자산들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은 뒤 이것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발행된 채권을 산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빌리는 셈이죠. 투자자들은 이 '바구니'에 담긴 자산을 담보로 하는 채권을 받게 되는데 이를 '자산유동화증권'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asset backed securities'라고 하고, 알파벳 첫 글자들을 따서 'ABS'라고도 합니다. '자산유동화'를 '증권화'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CDO는 자산유동화증권의 일종

이처럼 자산유동화증권이란 돈을 빌리기 위해 여러 개의 자산을 묶고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일종의 유가증권입니다.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할 때 담보로 제공되는 자산들은 부동산, 매출채권, 주택저당채권, 대출채권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이 중 담보가 되는 자산이 채권으로만 구성돼 있는 경우를 부채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CDO)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은행이 1000명의 고객에게 1억원씩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면, 금융회사 입장에선 1000억원이라는 대출채권이 생깁니다. 대출받은 사람의 빚이 은행이 받아야 할 돈인 대출채권이 되는 것이지요. 대출채권은 당장은 현금화시킬 수 없는 일종의 묶인 돈입니다. 그런데 은행은 장사를 하기 위해 현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CDO입니다.

즉, 금융회사가 1000억원어치의 대출채권들을 모아 이를 담보로 CDO라는 유가증권을 발행합니다. 이것을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쪼개 팔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때 CDO를 구입한 투자자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간 사람들이 은행에 내는 이자와 만기시 갚는 원금을 기반으로 이자와 원금을 받게 되지요. 이처럼 CDO에 투자한 사람들도 일정한 이자를 받고, 만기시 원금을 상환받습니다. CDO가 일종의 채권으로 인정받아 시장가격에 따라 매매되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CDO는 금융기관의 유동성 확보, 신용위험 분산에 기여

이러한 CDO상품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CDO상품을 만들어 팔면 두 가지 이점이 생깁니다. 우선 대출채권 만기 이전에 현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이 대출채권들을 혼자 갖고 있으면 돈을 빌려간 개인이 갚지 못할 경우 혼자 손실을 떠안아야 합니다. 하지만 CDO상품을 만들어 많은 투자자들에게 나누어 팔면, 손실이 발생할 경우 CDO를 사간 사람들이 손실을 떠안게 됩니다. 이처럼 신용위험을 분산시킴으로써 금융기관은 건전성을 높일 수 있고, 그러다 보면 결국 가계와 기업에 낮은 이자로 대출을 해 줄 수도 있게 되는 것이지요.

금융기관들은 회사채, 주택담보대출채권, 신용카드채권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담보자산들을 기초로 하여 CDO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CDO의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투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지요.

CDO상품에 투자해서 이익을 볼 것인지, 손실을 볼 것인지는 CDO상품에 포함된 담보자산의 가치에 달려 있습니다. 앞에서 예로 든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의 경우를 보지요. 주택시장이 좋을 때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회수가 잘 되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담보로 발행된 CDO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경기가 나빠지고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 주택담보대출 채권의 원리금 회수에 문제가 생기고 이들 채권을 담보로 한 CDO도 손실을 입게 됩니다.

무분별한 CDO 판매와 투자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금융회사들은 CDO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CDO상품이 어떻게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을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CDO가 너무 많이 만들어졌고, 특히 신용등급이 낮아 부실위험이 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담보로 한 CDO가 지나치게 많이 발행됐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주택경기가 침체되자 CDO의 기초자산인 담보주택의 가격이 떨어졌고,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간 사람들이 은행에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CDO의 영향을 받은 투자자의 수가 너무 많았다는 점입니다. 금융회사가 가진 대출채권이 CDO의 형태로 쪼개져서 팔려나가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CDO를 구입하게 됐고,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리스크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최초의 기초자산(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되면 CDO를 구입한 수많은 투자자들 모두 동반 부실화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비정상적인 행태를 감독하고 시정해야 할 미국의 금융감독당국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금융회사와 투자자들 간에 CDO 거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지난 2004년 대형 투자은행에 대한 차입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이들의 부채가 급증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얻은 교훈은 CDO가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금융기관 모두 CDO가 갖는 리스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고, 감독당국은 이를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신용위험 (credit risk)

신용위험이란 돈을 빌려간 사람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해 빌려 준 사람이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을 말합니다. 금융회사가 어떤 기업에 대출을 한 경우 그 기업이 원리금(元利金)을 갚지 못하게 되면 금융회사는 손실을 입게 됩니다. 이처럼 원리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을 기업대출에 대한 신용위험이라고 합니다. 이익이 많이 나는 건전한 우량기업일수록 신용위험은 낮아지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신용위험이 높아집니다.

또 다른 예로 회사채의 신용위험을 살펴볼까요. 어느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그 기업이 원리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회사채 신용위험입니다. 보통 신용평가회사들이 회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매기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원리금 상환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처럼 등급이 높은 회사채는 신용위험이 낮은 대신 금리 또한 낮습니다. 굳이 비싼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이 회사의 회사채를 사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회사채 가격이 비싼 것이죠.

반대로 회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를 발행할 때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고, 이는 회사채 가격의 하락을 의미합니다. 자신이 갖고 있던 회사채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자는 손실을 입게 됩니다. 따라서 회사채에 투자할 때는 신용위험을 잘 따져봐야 합니다.

퀴즈

여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증권을 ○○○○○증권이라고 합니다.

▲응모 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5월 26일(수) 오후 5시 마감, 5월 28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회 정답: 기업공개〉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김병환 김복희 김인수 김정옥 김혜경 김화식 김희동 박봉호 백상용 백태경 성부혁 송남규 신명철 유현숙 이영희 이운원 이호선 임광임 정영숙 정재진 정혜윤 조남윤 조성효 차진희 최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