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건설·증권업계에 약진하고 있다. 건설의 경우 시공 능력 평가 100위권 내 8개사의 CEO가 대우건설 출신이다. 증권업계도 대우증권 출신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건설·증권업계에서 최대 인맥은 삼성도 현대도 아닌 '대우'"라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대우그룹은 10년 전 해체됐지만 전직(前職) 대우맨들은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위기 돌파에 특출한 대우건설 출신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대우건설 출신 최고경영자(CEO) 3명이 동시에 탄생했다. 올 2월 선임된 박창규 롯데건설 사장에 이어 지난달 13일에는 벽산건설 장성각 사장, 30일에는 윤춘호 극동건설 사장이 연속 선임됐다. 이들은 모두 대우건설 출신이다. 현직 건설사 CEO 중에는 김기동 두산건설 사장과 김선구 동아건설산업 사장, 정태화 TEC건설 사장, 노택욱 LIG건영 사장 등이 대우건설 출신이다.
업계에선 대우건설 출신들의 강점으로 '위기 돌파 능력'을 꼽는다. 대우건설은 IMF 경제위기 당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거친 후 업계 1위(주택 공급 실적 기준)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공중 분해와 워크아웃까지 거친 대우건설 출신들은 '맷집'이 세고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건설 경험도 풍부하다. 대우건설 해외사업담당 부사장 출신인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은 "1970년대 중반엔 대우건설이 신생 건설사여서 수습 직원도 중동과 아프리카행 비행기를 탔다"며 "현재 CEO로 활약하는 사람 대부분이 70·80년대 초 입사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증권업계 사관학교'
증권업계에서는 황건호 금융투자회장과 김기범 메리츠증권 사장,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나효승 유진투자증권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정유신 한국SC증권 사장 등이 대우증권 출신이다.
대우증권이 이렇게 많은 CEO를 배출한 것과 관련, 업계에서는 "우수 인재를 뽑아 제대로 키웠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1970년 동양증권으로 출발, 업계 1위로 오랫동안 군림했기 때문에 증권사 입사 지원자 가운데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대우증권에 몰렸다는 것이다.
대우증권이 1984년 국내 최초의 민간 경제연구소인 대우경제연구소를 세운 것도 한 이유이다. 당시부터 대우증권맨들은 현재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하고 있는 기업 분석, 주가 예측, 투자 정보 제공기능을 담당, 경쟁사보다 선진적인 투자 기법을 익힐 수 있었다고 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람 장사'를 하는 업계에서 대우증권 출신들은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선·후배 간의 끈끈한 관계, 조직에 대한 애정 등에서도 호평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