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론스타를 막을 길은 없는가?"

론스타와 같은 외국계 펀드들이 천문학적 투자 차익을 챙기고도 전혀 세금을 안내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정부가 해외 각국과의 조세조약(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지지부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제2, 제3의 론스타가 나와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재정경제부는 2005년 6월 '조세조약을 이용한 조세회피 행위에 대한 대응 추진 계획'을 발표, 미국, 벨기에 등 70년대에 체결된 조세 조약들에 대한 개정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조세 조약 개정 협상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일부 국가들과만 타결됐을 뿐, 외국 기업들이 조세 회피 목적으로 주로 이용해 온 벨기에와 말레이시아 등 핵심 국가들과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론스타의 한국 투자의 경유지로 이용된 벨기에의 경우 정부는 올 초 "3월에 협상을 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7~8월로 협상 개시일이 지연됐다. 9월 협상 개시를 목표로 했던 네덜란드는 아직 협상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의 국제조세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이 조세조약 개정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어 진도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세계 펀드들이 조세 회피를 위해 많이 이용하는 라부안 지역을 조세조약에서 제외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말레이시아가 완강하게 거부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호주가 말레이시아와 체결한 조세조약에는 "라부안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정부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때 정부가 이 같은 허점을 예상치 못해 사전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뒤늦게 만회하겠다는 것이지만 솔직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체결한 조세조약의 허점

우리나라가 69개국과 체결한 조세조약의 가장 큰 허점은 상당수의 경우 주식 매매에 대해서는 한국이 과세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다. 론스타는 한·벨기에 조세 조약에 이런 규정이 있는 것을 이용, 벨기에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들을 통해 국내 기업을 인수한 뒤 되팔아 세금을 한 푼도 안낼 수 있었다. 2004년 한미은행을 매각한 칼라일펀드 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세금 없이 수조원대의 차익을 챙겼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는 조세조약 개정의 핵심 방향은 첫째 국내기업 주식 25%를 갖고 있는 외국 투자자의 주식 매매 양도차익은 한국이 과세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적어도 기업의 경영권까지 인수하는 대규모 외국인 투자의 경우 한국이 과세권을 가져야 한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둘째 외국 자본이 투자한 국내 기업의 자산 중 50% 이상이 부동산인 경우 주식 매매 양도차익을 부동산 매매차익으로 간주해 한국이 세금을 징수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을 넣으려는 것은, 론스타가 지난 2005년 강남 스타타워빌딩을 매각하면서도 이 빌딩을 소유한 페이퍼컴퍼니의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을 이용해 세금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키워드… 조세조약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 투자에 대해 투자국과 투자 유치국이 이중으로 과세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안별로 어느 국가가 과세권을 갖는지를 정한 국가 간 조약이다. 이중과세방지협정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은 현재 69개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