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기흥에 사업장이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은 요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용인시가 기흥과 구성을 합친 통합구(區)의 이름을 구흥(駒興)으로 정한 방침을 지난주 철회했기 때문입니다. '기흥(器興) 구명(救名) 작전'이 성공한 것이죠. 〈본지 3월 29일자 B2면 참조〉

오는 10월 행정구역 개편을 앞둔 용인시는 당초 지난 2월 지명위원회를 열어 구흥구 신설 계획을 밝혔습니다. 행정구역 개편 내용이 알려지자, 삼성전자는 기흥 지키기 운동에 나섰습니다. "한국 반도체의 상징으로 인식돼 온 기흥이라는 이름이 없어지는 것은 국가적으로 손실"이라는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용인시와 시의회에 전달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기흥에 애착을 보이는 이유는 반도체 사업의 성공이 지명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릇이 흥한다는 의미의 기흥에서 반도체 사업이 성공을 거뒀고, 그릇(도자기)과 반도체의 원료가 흙으로 같은 점도 우연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지명이 바뀌면 해외 거래선에 바뀐 지명을 다시 알려야 하는 데다가, 이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습니다.

이런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도 논란이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지명 갖고 왜 난리를 치느냐"는 의견도 없지 않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기흥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삼성전자 사람들은 "그동안 냉가슴 앓는 심정이었다"면서 "이번 지명 확정으로 '기흥'의 인지도를 지킬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