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육성정책 한심 현장 외면 '탁상공론'만…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회사인 암벡스그룹의 이종문(72) 회장은 5일
「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 서울총회 기조연설에서 『한국에는
벤처기업, 특히 정보통신기업을 육성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그런 계획이 있다 하더라도 정보통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정책입안자들이 책상 위에서 만든 것이어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지난 70년 미국으로 건너가
벤처기업인 다이아몬드사를 설립해 연간 외형 5억달러의 기업으로 일군
경영자. 지난 96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며 현재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은 이 회장이 이날 문답식으로
진행한 기조연설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내용.

―다른 사람들은 한국에는 전문인력이 풍부하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는데.

『한국에는 전문인력이 별로 없고 그나마 얼마 안되는 전문인력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회에서는 정보통신산업을
육성한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이 없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울 수
있겠는가. 뭘 알아야 정책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책담당자들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벤처기업인들과 폭넓게
대화하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현장에 강하지 않으면 현장에
강한 전문가들로부터 얘기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코스닥시장 폭락과 수익모델 부재 등으로 벤처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냄비 속에 뭐가 끊는 것처럼 왜 그렇게 수선을 떠는지 모르겠다.
위기의 본질은 바로 지나치게 수선을 떠는 데 있다. 정부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불안하긴 하지만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수선을 떠는 것보다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해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 때문에 해외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벤처기업인들이
많이 있는데.

『기술이 없어서 그런 것이고 기술만 좋으면 언어는 별 문제가 안 된다.
한국 벤처기업들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려면 기술수준을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여야 한다. 중국과 대만, 인도, 이스라엘은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인도와 중국이 정보통신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 지도층은 정보통신 기술이 어떻게 국가발전에 기여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장쩌민 국가주석을 포함한 많은 국가 지도자들은 기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엔지니어출신들이기 때문이다. 중국 청화대학의
수준은 하버드 및 MIT와 비교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