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6월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의 개장을 앞두고 철도와 도로를 확충하는 등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공사가 중단됐던 갈마해안관광지구는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문한 전후로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시설물 중 일부는 지난해 김 위원장 방문 이후 철거됐거나 새로 건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위성서비스 회사 나라스페이스는 14일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중단됐던 북한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시설 공사가 지난해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북한은 지난 2014년 원산 갈마반도의 긴 백사장인 ‘명사십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며 공사에 착수했다. 이 계획은 원산시 용천리 갈마반도 부근 명사십리 백사장을 중심으로 현대적인 호텔, 리조트, 레저 시설을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두 차례를 비롯해 6차례나 현장을 찾았을 정도로 이 개발 계획에 적극적이다.
분석팀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유럽우주국(ESA)의 지구관측위성인 센티널-2가 이 지역을 10년간 찍은 영상을 분석했다. 센티널-2는 지상의 가로·세로 10m짜리 물체를 한 점으로 인식한다. 이 위성은 2개의 쌍둥이 위성이 지구에서 768㎞ 상공을 돌며 5일에 한 번씩 같은 위치를 찍는다.
북한은 원래 2019년 4월 김일성 주석 생일에 맞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완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북 제재로 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자, 완공이 계속 미뤄졌다. 실제로 분석팀에 따르면 2016년 1월 이전에는 이 지역에선 별다른 개발 활동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김 위원장이 현장을 방문한 이후 2018년 2월부터 해안지구에 건물들이 본격적으로 올라오는 모습이 확인됐다. 지난 2019년 4월에는 붉은색 지붕 리조트 건물 윤곽이 나타났다. 이때 공사율은 약 80% 이상의 진척을 보였다.
하지만 2020년 촬영된 위성 영상에선 별다른 변화나 진척이 포착되지 않았다. 북한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국경을 완전히 봉쇄했다. 해외에서 건설 자재를 들여오기 어려워지자 공사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기후 관측 위성인 수오미NPP위성이 밤에 이 지역에서 포착된 빛 세기를 촬영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밤에 우주에서 보이는 빛 세기가 강하면 이 지역에서 건설이나 경제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18년 이전까지는 주로 원산과 인근 화학공장에서 강한 빛 세기가 관찰됐다. 하지만 그 뒤로는 갈마해안관광지구가 들어선 명사십리 해변 인근에서 빛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시 관광지구 공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팀은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에는 건설 현장 주변의 빛 세기가 감소했다.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되고 코로나19로 공사가 중단된 결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다시 찾아 올해 5월을 목표로 운영 준비에 돌입하라고 지시했다. 이때부터 갈마해안관광지구의 야간 빛 세기도 다시 세졌다. 워터파크와 종합경기장 같은 핵심 시설 공사가 속도를 내면서 빛 세기가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갈마해안관광지구는 워터파크가 들어서는 1~3구획과 북한군(조선 인민군)이 주둔했던 6~8구획을 포함해 8개 구역으로 나뉜다. 구역별로 30층 이상의 호텔, 종합 경기장, 대규모 워터파크 등이 들어섰다.
구획별로 위성 영상을 보면 1~3구획의 경우 대부분의 건물은 2020년에 사실상 완공된 것으로 보인다. 그 뒤로는 한동안 건물 외형에 큰 변화가 포착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12월 29일 김 위원장이 현장을 방문한 이후 워터파크에선 다시 공사가 시작된 흔적이 포착됐다. 2020년을 전후로 6~8구획에서도 대부분의 리조트 건물과 종합 경기장 공사가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이 지역에선 경기장 지붕 도색 작업과 축구장 건설이 진행됐는데 최근 들어 축구장이 철거되고 새 건물이 들어선 모습이 포착됐다. 분석팀은 종합 경기장 계획에 변동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기 행정부를 출범한 직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재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면서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도 주목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관광 개발 계획은 주권과 소유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실행 가능성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는 자재 수급 문제와 코로나19로 일정에 차질이 발생했지만 점점 개장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다.
북한은 외화를 벌어들일 목적으로 이 지역을 포함한 관광지와 관광 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6일 평양에서 46개국, 참가자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평양 국제마라톤 대회를 6년 만에 개최했다.
북한은 10년에 걸친 지구 공사를 마무리하며 2025년 6월 개장을 목표로 해외 관광객 유치와 외화 확보에 나서고 있다. 북한은 6월 갈마해안관광지구가 문을 열면 여름 성수기를 맞아 러시아와 유럽 관광객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본사를 둔 여행사 ‘보스토크 인투르‘가 오는 7월 7∼14일 7박8일 일정으로 갈마해안관광지구에 방문할 첫 여행단을 모집한다고 전했다. 채수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지난해 학술지 한국동북아논총에 “관광리조트 사업은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을 모집해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업으로 꼽힌다”며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사업은 북한이 추진하는 해양수산 레저·관광의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저비용 우주발사체와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 지켜보는 시대가 왔다. 위성은 이제 국방은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조선비즈는 우주경제 시대를 맞아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를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국제 분야 보도에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