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이 지난 16일(한국 시각) 재사용발사체 뉴글렌(New Glenn)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1단 로켓 재사용을 위한 회수에는 실패했지만, 2단 로켓은 목표했던 지구 궤도에 도달해 우주 수송 능력을 입증했다. 블루오리진은 우주 수송 사업을 사실상 독점한 스페이스X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블루오리진은 뉴글렌의 1단 로켓 재사용을 위한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카이퍼 프로젝트를 위한 수송 능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이퍼 프로젝트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사업에 대응하는 블루오리진의 위성 인터넷 구축 사업이다. 향후 10년 내로 지구 저궤도(LEO)에 통신위성을 최대 3236개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우주항공 업계는 블루오리진이 이번 시험 발사 성공을 계기로 카이퍼 프로젝트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재사용 발사 기술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우주 수송 능력을 입증한 이상 통신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루오리진이 스페이스X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자체 위성 인터넷 사업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 같은 전망은 스페이스X의 사업 구조에서 나온다.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사업 중 스타링크가 가장 큰 매출을 내고 있다.
지난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사업 매출은 약 45억달러(약 6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발사체 사업이 약 35억달러(약 5조원), 우주 탐사 사업이 7억달러(약 1조원), 국방 사업이 5억달러(약 7000억원)로 뒤를 잇는다. 스페이스X가 재사용 발사체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실제 매출은 위성 서비스 사업에서 발생한다는 의미다.
우주 수송 사업이 예상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스페이스X가 재사용 발사체인 팰컨9의 발사 비용을 계속 낮추고 있으나, 여전히 수익에 비해 발사 비용이 비싸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팰컨9의 회당 발사 비용은 약 6000만달러(약 874억원)다. 위성 수송 단가를 고려했을 때 손익분기점으로 추정되는 5000만달러(약 728억원)보다 실제 발사 비용이 높다. 아직까지 우주 수송 사업이 흑자를 내기는 쉽지 않다.
블루오리진이 우주 수송 사업에 참전하면서 가격 경쟁이 시작되면 발사체의 수익성이 더 떨어질 전망이다.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스페이스X는 고객들이 지불하는 위성 발사 비용을 절반으로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제 위성 발사 비용은 여전히 비싸다고 알려져 있다”며 “블루오리진이 본격적인 우주 수송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격 경쟁이 이뤄지면 위성 발사 비용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사체 기업이 수익성을 높이려면 결국은 지속적인 발사 수요를 만들고, 발사체 비용을 떨어뜨려야 한다. 하지만 현재 위성 기업들의 수요 만으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수준의 발사 횟수를 확보하기 어렵다. 위성 인터넷망 구축을 통해 자체적인 수요를 창출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 전 원장은 “블루오리진의 우주 수송 능력이 입증되면서 스페이스X와의 다음 격전지는 우주인터넷 사업이 될 것”이라며 “매출 증대와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블루오리진도 카이퍼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