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리진이 재사용 발사체 '뉴글렌'을 16일 발사했다./유튜브 캡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이 스페이스X의 독주에 제동을 걸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다만 1단 로켓 회수에는 실패하면서 ‘재사용 발사체’의 목표 달성에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블루오리진은 16일 오후 4시 4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자체 개발한 재사용 발사체 ‘뉴글렌(New Glenn)’을 발사했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는 16일 오전 2시 4분이다.

뉴글렌은 블루오리진이 2016년부터 개발한 재사용 발사체다. 뉴글렌은 높이 98m에 지름 7m의 2단 로켓이다. 정지궤도(GEO)에는 최대 13t의 페이로드(운송 중량)를 올릴 수 있고, 지구 저궤도(LEO)에는 최대 45t을 실어나를 수 있게 설계됐다. 이번 첫 발사에는 실제 상업용 위성이나 탑재체 대신 더미 페이로드인 ‘블루 링 패스파인더(Blue Ring Pathfinder)’를 실었다. 무게는 20t 정도로 뉴글렌이 실을 수 있는 중량의 절반 정도다.

뉴글렌의 첫 시험 비행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블루오리진은 지난 10일과 12일, 13일에도 뉴글렌 발사를 준비했지만, 1단 로켓이 착륙할 대서양의 기상 악화와 유압 시스템 문제 등의 이유로 발사가 미뤄졌다.

마침내 뉴글렌의 첫 발사가 이뤄졌지만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다. 뉴글렌의 2단 로켓은 목표 궤도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1단 로켓 회수에는 실패했다. 계획대로 라면 뉴글렌의 1단 로켓은 6시간 정도 비행 후 대서양 해상에서 대기하고 있는 드론십 ‘잭린(Jacklyn)’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잭린은 베이조스의 어머니의 이름이다. 어머니의 품에 돌아가는 데에는 실패한 셈이다.

블루오리진의 아리안 코넬(Ariane Cornell) 우주 시스템 담당 부사장은 발사 직후 성명에서 ”부스터 착륙은 정말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라며 “첫 비행에서 이걸 시도한다는 게 조금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미션 시도를 통해 얻는 데이터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자평했다.

뉴글렌에 실린 '블루 링 패스파인더(Blue Ring Pathfinder)'의 모습. 블루 링은 향후 고객들의 페이로드를 우주로 실어나르는 우주선 역할을 맡게 된다./블루오리진

1단 로켓 회수 실패에도 불구하고 뉴글렌의 첫 발사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글렌 2단 로켓이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서 스페이스X의 발사체 시장 독주를 깰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인 팰컨9을 앞세워 발사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팰컨9보다 큰 새로운 재사용 발사체가 등장하면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뉴글렌은 길이가 98m로 팰컨9(70m)보다 크다. 운송 중량에서도 뉴글렌이 45t으로 23t인 팰컨9의 두 배에 달한다.

베이조스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와 경쟁할 저궤도 위성 서비스인 ‘프로젝트 카이퍼’를 준비하고 있다. 프로젝트 카이퍼를 위해서는 3000개가 넘는 위성을 저궤도에 올려야 하는데, 뉴글렌이 중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뉴글렌이 성공하면 발사체 시장과 함께 저궤도 위성 서비스 시장에서도 블루오리진이 스페이스X의 경쟁자로 떠오르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