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금속섬유천 면상 발열체'는 겨울철 전기차의 온도를 높여 성능 저하를 막는다. 넓은 면적의 온도 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한국전기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겨울철 전기차의 방전 문제를 해결할 발열 기술을 개발했다. 금속을 실처럼 사용해 천을 짜고, 넓은 면의 온도를 효과적으로 높이는 기술이다.

이동윤 한국전기연구원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발열 효율을 최대 30% 높인 ‘금속섬유천 면상 발연체’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추운 겨울철 성능이 빠르게 떨어진다. 배터리 온도가 내려가면 리튬 이온의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이로 인해 저항이 커지기 때문이다. 리튬이온배터리를 주로 사용하는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전기차는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와 함께 실내 온도 조절을 위한 전력 사용이 늘면서 주행 거리가 크게 감소한다. 미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기온이 영하 7도일 때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이 34% 떨어지고, 주행거리도 57% 감소한다.

전기연 연구진은 열 관리 시스템을 이용해 전기차의 전력 효율을 높일 방법을 찾았다. 내연기관차는 ​엔진의 폐열을 이용해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전기차는 폐열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전기차에서 나오는 미세한 폐열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전기연 연구진은 옷감형 태양전지와 발열 의료 기술을 개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금속섬유천 면상 발연체’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실을 가로, 세로로 엮어서 천을 만드는 전통적인 옷감 제조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열 전도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스테인리스강 미세 와이어로 옷감을 짜고, 발열 효과를 내기 위해 절연층과 전극을 붙였다. 이렇게 만든 금속섬유천에 전류를 흘리면 최대 500도에 달하는 열이 나온다.

금속섬유천은 넓은 면으로 이뤄져 발열 성능이 우수하고, 유연성도 뛰어나 차량 내부 곡면 어디에나 손쉽게 붙일 수 있다. 같은 양의 전류를 흘렸을 때 기존 열선 방식보다 최대 30% 우수한 발열 성능을 나타냈다. 또 단선이나 부분적인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발열 기능이 유지된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금속섬유천이 전기차 산업뿐 아니라 첨단 제조업, 생활용품, 의료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금속섬유는 실과 다르게 뻣뻣해 면으로 짜기 어려웠지만, 국내 기업과 협력해 전용 직조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며 ”금속섬유만으로 발열체를 만든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기연은 금속섬유천 기술에 대한 기술이전을 5건 진행했으며, 현재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업에 기술이전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