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페이퍼팀은 정확한 피해 규모 산정을 위해 유럽우주국(ESA)이 운용하는 지구관측 위성인 센티널-2 위성과 플레이아데스 위성, 민간 위성서비스 기업 플래닛랩스의 스카이샛 위성 영상을 활용해 이번 데르나 지역의 피해 상황을 살펴봤다. 센티널-2 위성이 대홍수 직전인 9월 2일 촬영한 영상과 홍수가 나서 2개 댐이 무너진 뒤인 9월12일 촬영한 영상. /ESA 나라스페이스

지난 9월 4일 지중해에서 형성된 열대성 저기압 ‘다니엘’이 리비아 북부 해안가 도시들을 강타했다. 지중해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이란 합성어인 ‘메디케인’으로 불린 이 폭풍은 평균 풍속 시속 85㎞의 강력한 바람과 함께 하루 새 1년치 강수량보다 많은 100㎜의 비를 뿌리면서 삽시간에 댐 2개를 연이어 무너뜨렸다.

리비아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 외곽에 가족과 함께 살던 에다 부젤다인은 “한밤중에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들렸다”고 언론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녀는 “11일 새벽 3시쯤 폭발음 같은 소리를 들었다”며 “곧바로 전기와 연결이 끊겼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그녀와 가족들은 그로부터 나흘 뒤에야 홍수로 인한 피해의 규모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들은 날이 갈수록 홍수로 수많은 동료와 친구,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인공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은 다니엘의 직접적 피해를 본 리비아 북부 4개 도시 중 홍수로 가장 피해가 극심한 데르나의 피해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유엔을 비롯해 세계 주요국은 홍수와 지진 피해 규모 산정을 위해 최근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리비아 동부에 있는 벵가지와 마르지, 베이다, 데르나 지역은 이번 폭풍을 동반한 호우로 큰 홍수가 발생했다. 베이다에는 하루 만에 414㎜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인근 항구 도시인 데르나에는 폭풍이 진행되는 동안 100㎜ 이상의 비가 내렸다. 이는 9월 도시의 월평균 강우량인 1.5㎜ 미만을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BBC와 뉴욕타임스는 약 1만명이 홍수로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분석했다.

◇ 데르나 상류댐과 하류댐 연이은 붕괴

폭풍 다니엘이 강타하면서 고지대에 위치한 상류 댐이 1차 붕괴되었고, 그 여파로 인해 수량이 급증하며 지중해 방향에 위치한 하류 댐이 2차 붕괴가 발생하면서 항구도시 데르나는 침수되고 말다. /ESA 나라스페이스

데르나 지역은 홍수로 남쪽에 상류댐과 하류댐이 연이어 붕괴하면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했다. 데르나는 일 년 내내 건조한 와디(wadi)라고 불리는 길고 좁은 계곡 끝에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9월 11일 홍수가 나자 ‘와디 데르나’를 따라 건설된 두 댐이 붕괴하면서 엄청난 양의 강물과 진흙이 도시로 유입됐고 도로와 동네 전체가 휩쓸렸다.

어스페이퍼팀은 정확한 피해 규모 산정을 위해 유럽우주국(ESA)이 운용하는 지구관측 위성인 센티널-2 위성과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의 플레이아데스 위성, 민간 위성서비스 기업 플래닛랩스의 스카이샛 위성 영상을 활용해 이번 데르나 지역의 피해 상황을 살펴봤다.

플레이아데스 위성이 지난 5월 18일 촬영한 상류댐인 알빌라드댐 인근의 사진을 살펴보면 길이 270m의 댐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댐 주변에는 물이 거의 없는 상태로 바닥이 드러나 보인다. 하지만 다니엘이 강타한 뒤인 지난 9월 13일 촬영된 영상에는 상류댐 모습이 사라진 상태로 포착됐다. 이들 댐은 1977년 데르나 항구 부근을 흐르는 강의 상류와 하류에 각각 건설됐다. /CNES

플레이아데스 위성이 지난 5월 18일 촬영한 상류댐인 알빌라드댐 인근의 사진을 살펴보면 길이 270m의 댐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댐 주변에는 물이 거의 없는 상태로 바닥이 드러나 보인다. 하지만 다니엘이 강타한 뒤인 지난 9월 13일 촬영된 영상에는 상류댐 모습이 사라진 상태로 포착됐다.

고지대에 건설된 상류댐이 1차 붕괴하면서 3000만t의 물과 토사가 하류로 쏟아져 내리자 지중해 방향에 있는 하류댐인 아부 만수르댐에서도 2차 붕괴가 발생했다. 플레이아데스 위성이 홍수가 발생하기 전인 9월 2일 촬영한 하류댐 사진에는 댐과 그 위를 지나는 차량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있다. 다니엘이 강타한 뒤인 같은 달 13일 촬영한 사진에는 댐의 중간 부분이 내려앉은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고지대에 건설된 상류댐이 1차 붕괴하면서 3000만t의 물과 토사가 하류로 쏟아져 내리자 지중해 방향에 있는 하류댐인 아부 만수르댐에서도 2차 붕괴가 발생했다. /CNES

영상 분석 결과 상류댐은 전체 270m가 모두 붕괴한 것으로 분석됐다. 댐 상부 도로도 사라졌고 댐을 구성하는 하부 일부만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폭우와 함께 상류댐이 붕괴하면서 마을과 인접한 하류댐도 수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길이 약 150m의 하류댐이 붕괴하면서 지중해 쪽으로 물과 토사가 빠르게 흘러내리며 수많은 사망자와 실종자를 냈다.

두 댐을 무너뜨린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 댐은 1977년 데르나 항구 부근을 흐르는 강의 상류와 하류에 각각 건설됐다. 드라간 새비치 영국 액서터대 교수는 데르나 상하류에 건설된 댐은 일반적으로 댐을 건설할 때 사용되는 재료인 콘크리트가 아닌 흙과 암석으로 건설돼 댐이 수용할 수 있는 물 용량을 초과한 ‘오버토핑’이 발생하면서 댐이 붕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오버토핑이란 물이 구조물의 용량을 초과해 구조물 위로 넘치는 현상인데 침식 작용을 유발한다. 댐 위와 주변, 근처에서 통제되지 않은 물 흐름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데르나의 상류댐과 하류댐처럼 흙으로 만든 제방은 물이 넘치는 상황이 설계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특히 침식에 취약하다.

또 일각에선 불안정한 리비아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낙후된 댐 시설을 20년 넘게 방치한 것도 이번 붕괴 사고를 부른 본질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데르나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정부가 아닌 반군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

◇ 댐 붕괴로 막대한 물과 토사가 데르나 덮쳐

어스페이퍼팀은 홍수로 발생한 피해 면적을 확인하기 위해 데르나 도심에서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의 영상을 분석했다. 인공위성 영상은 가시광선 영역뿐 아니라 근적외선, 원적외선을 포함해 눈에 보이지 않은 스펙트럼을 포함한다. 다양한 밴드를 조합해 만든 지수(Index)와 적정 임계치를 통해 피해 지역과 건물을 구분하면 피해 지역의 픽셀 수와 면적을 산출할 수 있다.

플래닛랩스가 운영하는 스카이샛이 촬영한 데르나 지역의 마을 사진을 보면 영상 속 전체 면적 1.236㎢ 중 홍수 피해 면적은 0.538㎢로, 영상 전체 면적의 43.6%에 해당하는 부분이 피해 지역으로 확인됐다.

항구도시 데르나는 도로를 포함한 마을 대부분은 침수되면서 물살에 이기지 못한 건물들은 무너져 내렸고 홍수에 쓸려온 토사가 마을 곳곳을 뒤덮은 모습이 확인됐다.

도로를 포함한 마을 대부분이 침수되면서 물살에 이기지 못한 건물들은 무너져 내렸고 홍수에 쓸려온 토사가 마을 곳곳을 뒤덮은 모습이 확인됐다. /플래닛랩스
플래닛랩스가 운영하는 스카이샛이 촬영한 데르나 지역의 마을 사진을 보면 체 면적 1.236㎢ 중 홍수 피해 면적은 0.538㎢로, 영상 전체 면적의 43.6%에 해당하는 부분이 피해 지역으로 확인됐다. /플래닛랩스, 나라스페이스

◇열대성 폭풍 다니엘, 지중해 따뜻한 수온에서 막강한 에너지 얻어

사실상 이번 리비아 대홍수는 열악한 도시 기반시설을 방치해 발생한 인재와 심각한 기후변화의 위기라는 자연 재난이 겹치면서 발생한 대재난이다.

실제로 열대성 폭풍 다니엘은 지중해의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해수면 온도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얻으면서 9월 4일부터 발칸 반도 남부와 터키 서부에 폭우와 강풍을 몰고 가며 위력을 떨쳤다. 그리스 중부 일부 지역은 하루 최대 750㎜의 비가 내리며 1년 동안 내린 양에 맞먹는 강수량을 보였다. 다니엘은 지중해 연안 에게해와 티레니아해에서 용오름(물기둥)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니엘은 다시 이오니아해를 넘어 남서쪽을 따라가다 남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리비아 동부로 향했다. 강풍과 폭우는 9월 10일 아침 리비아 동부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마침 리비아 해안의 바닷물 수온이 27.5도에 이르면서 시속 약 70~80km의 바람을 동반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기상위성인 테라위성이 9월 10일 모디스(MODIS)로 촬영한 리비아 북동부에 상륙한 폭풍 다니엘의 모습. /NASA

리비아 당국은 이 지역에서 수색과 구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데르나는 여전히 접근이 어려워 홍수의 전체 피해를 평가하는데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스페이퍼팀은 “위성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피해 현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신속한 구조 작업을 지원할 수 있다”며 “재해 관리 및 위험 지역에 대한 후속 모니터링과 함께 복구에 대한 계획을 수립한다면 대홍수 예측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수년 전만 해도 하루 한번 같은 장소를 찍기 어려웠지만 저가 발사체가 늘어나고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방 분야는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영상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조선비즈는 우주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우주경제 시대를 앞두고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와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매주 공개하고 있다.

나라스페이스 조선비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