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규명한 고분자전해질 수전해 시스템 성능 악화 현상 모식도. /KAIST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그린수소’를 값비싼 귀금속 촉매 함량을 줄여 저가로 생산할 수 있는 단서가 발견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김희탁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얇은 고분자막을 사용하는 고분자전해질 수전해 시스템에서 양극 귀금속 촉매 함량을 낮출 때 발생하는 성능 약화 현상을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수소는 탄소 중립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원이지만, 아직 수소 생산 단계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완전한 청정에너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를 만들기 위해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성하는 수전해 기술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연구팀이 활용한 양이온 전도성 고분자전해질 수전해는 기존 알칼리성 수전해보다 높은 성능과 높은 수소생산 순도를 보이는 방법이다. 산성 환경에서 작동하는 양이온 전도성 고분자전해질 수전해 시스템은 효율적인 물 분해를 위해 백금이나 이리듐 등 귀금속 기반의 촉매를 사용한다.

수전해 시스템에 사용하는 귀금속 촉매는 수급이 부족하고 가격이 높다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이리듐은 이리듐 촉매 함량을 줄이면 급격한 성능 저하 현상이 발생해 수전해 저가 생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리듐 기반 촉매는 양극 반응에 가장 적합하지만, 매장량이 적어 대체재나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고분자전해질 수전해 양극에 이리듐 촉매 함량을 낮췄을 때 발생하는 성능 저하가 촉매층과 확산층 계면에서 바인더 함량이 증가하는 데 원인이 있다고 밝혔다.

수전해 시스템에 사용하는 전극은 이리듐 촉매와 바인더로 구성된 촉매층, 그리고 티타늄 확산층이 결합한 구조다. 이리듐 촉매와 티타늄 확산층이 접촉할 때, 티타늄 표면 자연 산화막의 전자띠가 굽는 ‘띠 굽음’ 현상이 일어난다. 이리듐 함량이 낮은 전극에서는 띠 굽음 현상이 심해지고, 전자띠가 굽어 전자가 전달되지 않으면서 성능 저하가 발생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띠 굽음 현상이 완화된 계면을 설계할 경우, 이리듐 함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춰도 유사한 수전해 성능을 보이는 결과를 확인했다. 비싼 귀금속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전극 계면에 변화를 줘 그린수소를 싸게 생산하는 것이다.

김희탁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이리듐 저감형 수전해 전극의 성능 문제를 짚어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법을 제공한 것”이라며 “효율과 가격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그린수소 생산 시스템 개발에 응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성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에 이달 12일 온라인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참고 자료

ACS Energy Letters, DOI: https://doi.org/10.1021/acsenergylett.3c00291

김희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 연구성과가 게재된 'ACS 에너지 레터스' 표지. /KA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