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 미국 뉴멕시코공과대의 마그달레나 리지 망원경이 관측한 소행성 2024 YR4./미 항공우주국(NASA)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소행성(小行星) ‘2024 YR4′가 향후 100년간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없다”고 24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2024 YR4는 처음 발견됐을 때 2032년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동급 소행성으로는 가장 높게 나왔으나, 최근 정밀 관측 결과 확률이 0.0017%로 나오며 충돌 가능성이 사실상 배제됐다.

소행성은 태양 주변을 긴 타원 궤도를 따라 도는 작은 천체다. 소행성 2024 YR4는 지난해 12월 27일 칠레의 ATLAS 망원경을 통해 처음 발견됐다. 2024 YR4의 지름은 40~90m로 대형 건물 크기와 비슷하며, 지구와 충돌하면 약 50㎞ 반경을 완전히 파괴한다고 추정됐다. 이는 1908년 시베리아에서 2150㎢ 면적의 숲을 파괴한 ‘퉁구스카’ 소행성 충돌과 비슷한 규모다.

2024 YR4는 발견 당시 2032년 12월 22일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와 우주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나사 산하 지구근접천체연구센터(CNEOS)는 지난달 2024 YR4의 충돌 확률을 1.3%로 발표했다. 충돌 확률은 이후 1.7%로 상승했다가 다시 1.4%로 내려가는 등 변동을 거듭했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3.1%까지 올랐다. 2024 YR4와 비슷하거나 더 큰 크기의 소행성으로는 충돌 가능성아 가장 높은 값이었다.

하지만 나사가 추가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궤적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0.0017%(5만9000분의 1)로 사실상 0%에 수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를 안전하게 스쳐 갈 확률이 99.9983%라는 의미다. 나사는 “관측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2024 YR4의 궤도 예측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다”며 “2032년 12월 22일 예상 위치가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우주국(ESA) 역시 2024 YR4의 충돌 가능성을 0.002%로 NASA와 비슷하게 평가했다. 충돌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2024 YR4의 토리노 충돌 위험 척도는 10점 만점에서 0점으로 떨어졌다. 토리노 충돌 위험 척도는 우주 물체와 지구 간의 잠재적 충돌을 분류하는 도구다. 토리노 척도 0점은 충돌 가능성이 0이거나 사실상 0에 가까울 정도로 낮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사례는 2004년 발견된 아포피스(Apophis) 소행성 사례와 비슷하다. 아포피스 역시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2029년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2.7%였고, 지름이 350m로 관측돼 토리노 척도에서 10점 만점에 4점을 받았다. 이후 추가 관측 결과 충돌 위험이 낮아지면서 지구를 비켜 지나갈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다만 소행성 2024 YR4가 달과 충돌할 가능성은 여전히 1.7%로 나타났다. 나사는 이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측을 이어갈 계획이다. 나사 행성방어조정실(PDCO)이 지원하는 여러 관측소가 관찰을 이어가고, 내년 3월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도 2024 YR4의 크기와 궤도를 더욱 정밀하게 측정할 예정이다.

과학계는 소행성 2024 YR4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사라졌지만, 중요한 연구 기회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례를 통해 행성 방어 체계와 정보 공유 시스템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실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사는 “앞으로도 지구에 근접하는 천체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유사한 위협에 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SA, https://blogs.nasa.gov/planetarydef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