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작년 9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과학기술인재 성장 발전 전략'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조선비즈

정부가 해외 우수 과학자 유치 사업을 확대한다. 연구자 개인에 맡겨두던 해외 인재 유치 사업이 연구기관이 나서는 방식으로 발전한다.

18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은 최근 해외 우수 과학자를 유치하는 ‘브레인 풀’ 사업에 기관유치형을 신설해 공고했다.

브레인 풀 사업은 해외 우수 과학자를 초빙해 국내 산‧학‧연 연구 현장에서 함께 연구하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다. 1994년 해외 고급 과학자 두뇌 초빙 활용 사업으로 시작해 몇 차례 개편을 거쳐 2021년부터 지금의 체계로 자리잡았다. 이 사업을 통해 국내에 체류 중인 해외 우수 과학자만 100명이 넘는다.

그동안 브레인 풀 사업은 국내 연구자 개인이 해외 우수 연구자를 직접 찾아서 초빙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다 보니 기관 차원에서 해외 우수 연구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거나 체계적인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기관유치형 브레인 풀 사업은 국제 협력과 공동 연구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글로벌 추세에 발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의 해외 연구자 유치 지원 사업을 개인에서 기관 중심으로 개편해 연구기관의 수요와 전략에 맞는 연구자 유치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작년 9월 발표한 과학기술인재 성장·발전 전략에서 외국인 인력 유치와 정주·지원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신설된 기관유치형 브레인 풀 사업은 초빙할 수 있는 해외 연구자 인원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기존 개인유치형 사업은 연구책임자 1명이 해외 연구자 1명만 초빙할 수 있었지만, 기관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기관유치형은 이런 제한을 없앴다. 연구기간도 3년으로 정해 안정적인 연구가 가능하게 했다.

브레인 풀 사업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 우수연구자에게는 한 달에 500만~2500만원의 인건비가 지급된다. 항공료‧보험료, 이주비, 자녀학비, 연구생활장려금 등 다양한 연구활동비도 지급해 국내 정착을 돕는다. 사업 첫 해인 올해는 8개 기관을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과제당 연 3억~9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된다. 연구비는 기관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자율성을 높였다.

2016~2020년 인구 대비 외국 전문인력 비중./서울대

과기정통부는 이날 이창윤 제1차관 주재로 해외 과학기술 인재 유치 추진현황을 점검하는 간담회도 개최했다. 5대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과 과학기술연구회,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재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등 11개 기관이 참석해 해외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이창윤 차관은 간담회에서 “세계적 인재전쟁, 인구절벽 상황 속에서 우리 연구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서는 해외 인재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현장이 필요로 하는 해외 인재 유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다양한 지원수단들을 적시에 연계·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고 간접비 비율을 통제하면서 불안감을 느낀 현지 과학자들이 많다”며 “중국처럼 미국 현지 과학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우리도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